거짓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방역 당국이 국내 첫 오미크론 확진자인 목사 부부의 거짓 진술에 속아 접촉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부부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그들의 거짓말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주 오래 전 나도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신체검사를 했다. 국립사범대학이라 졸업 후 공립교사로 발령이 나기에 공무원임용신체검사를 한 것이다.
검사 후에 병원에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왜지?’ 나는 가슴을 졸이며 병원으로 갔다. 의사가 흉부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폐결핵 않은 적이 있어요?”하고 물었다.
‘헉!’ 당황한 나는 “아뇨.”하며 거짓말을 했다. 나는 몇 년 동안 폐결핵을 앓았었다. ‘다 치료된 줄 알았는데, 다 낫지 않았단 말인가? 그러면 발령이 안 날 텐데...... .’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뭐라 중얼거리더니 부드럽게 물었다. “정말 앓은 적 없어요?” 나는 의사의 온화한 얼굴을 보는 순간, 실토하고 말았다. “네, 사실은 몇 년 동안 앓았어요. 다 나은 줄 알았어요.”
의사는 나를 안심시켰다. “다 나아도 흔적이 남아요. 다 나았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는 긴 시간이 지난 뒤 인문학을 공부하고 나의 삶을 성찰하며 나의 ‘거짓말’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가꿔가는 사람들은 늘 마음의 중심을 잡고 살아간다. 공자의 중용이다. 그들은 진실을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궁지에 몰리면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생존본능이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고 할 필요도 없는데, 생각없이 살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 19 초기에 거짓말을 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한 대학생은 자살했다고 한다.
안타깝다. 언제 우리 사회가 그 학생한테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적이 있나? 너와 세상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준 적이 있나?
생각 없이 공부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우리의 교육 제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죄를 그 학생한테 뒤집어씌워 희생재물로 삼았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죄는 씻으려 하지 않는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패러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 김수영,《巨大한 뿌리》부분
시인은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고 노래한다. 시인도 아마 오랫동안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고 살아왔으리라.
그러다 어느 날 화들짝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의 ‘거대한 뿌리’를.
자신을 만든 역사를 아예 생각조차 않고 살아갈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수시로 거짓말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