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신승리법

by 고석근

어떤 정신승리법



아주 오래 전 교직에 있을 때, 한 과학 교사가 말했다.


“저 하늘에서 보면, 이 지구가 얼마나 작겠어? 먼지 하나겠지. 그런데 사람들은 서로 잘났다고 아웅다웅하며 살아가지.”


나는 그의 말에 씩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보면 저 하늘에 있는 어떤 존재도 티끌로 보이잖아요. 같은 티끌끼리 왜 아웅다웅 하는 거예요?’


왜 그 과학 교사는 ‘하늘’을 동원했을까? ‘정신승리법’이다. 분명히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과 맞설 힘은 없고, 그 상황 자체를 티끌로 만들어, 강자인 상대방과 약자인 자신 모두를 티끌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어, 웃음 한 방으로 다 날려 보내는 것이다.


강자와 약자가 모두 티끌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한 꾸러미에 들어가니 얼마나 다행인가! 평등한 세상, 살만하지 않는가?


이렇게 살아가면 잠시 견딜 만하겠지만, 점점 약해진다. 세상 별거 아니라며 항상 헛웃음을 짓는 냉소주의자가 된다.


그의 인생은 한평생 티끌이 되어 허공을 떠돌게 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그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온몸으로 맞서다 보면, 몸 안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올라온다. 점점 강해진다.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신(神), 잘난 가족, 출세한 동창 등 강한 ‘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백 없이도 그 자체로 강자다. 아무리 작은 생명체도 자신의 몸뚱이만으로 잘 살아갈 수 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크고, 좋은 존재라네.

내가 그렇게 많은 좋은 것들을 지니고 있는지

나는 몰랐네.


- 월트 휘트먼, <열린 길에 바치는 노래> 부분



온 몸으로 세상을 밀고 가는 사람은 안다.


자신 앞에 늘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자신이 그렇게 좋은 것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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