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중국 드라마 ‘포청천’을 보며 나를 생각한다. 문과와 무과에 장원급제하여 장래가 촉망 받는 젊은이.
그 젊은이에게는 커다란 마음의 상처가 있다. 생모가 기생이다. 6살부터 양부에게 입적되어 귀족 아이로 자랐지만, 마음 한 구석은 언제나 텅 비어있다.
‘엄마가 나를 버렸어!’ 어린 아이에게는 가장 큰 마음의 상처일 것이다. 그는 성인이 되어 어머니를 독살한다.
자신의 ‘출신’을 지우고 싶었던 것이다. 과거를 아는 사람들을 모두 살해하게 되고, 그는 결국 살인범으로 체포된다.
아주 어릴 적에 받은 마음의 큰 상처를 ‘트라우마’라고 한다. 그 상처는 한평생 치유될 수 없다고 한다.
슬픔이여 안녕,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혹한 운명이다. 내게도 유아기의 큰 상처가 있다.
나는 젊을 적에 ‘네 눈빛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뭔지 모르는 안타까움이 배어있는 눈빛.
3살 이전의 내가 겪은 상처들을 엄마에게서 들었다. 나보다 두어 살 많은 누이의 죽음, 엄마의 장기 입원, 길을 잃은 경험... .
언젠가 술에 취해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 “나 절대 버리지 마!” 내게는 ‘유기공포’가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인문학을 공부하고,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며,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다스리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깊은 마음속에는 여전히 혼자 우는 아이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준다.
온 몸으로 그를 감싼다. 아이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나의 슬픔이여! 나는 너를 절대 버리지 않아!
슬픔이 나를 깨운다.
벌써!
매일 새벽 나를 깨우러 오는 슬픔은
그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 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히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부분
슬픔이여, 내 안에서 끝까지 머물다 가시라! 절대로 다른 사람의 몸에 환생하지 마시라!
내 몸이 죽을 때 너도 함께 묻히리라.
나의 지음지기(知音知己)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