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美)에 대하여

by 고석근

아름다움(美)에 대하여



이제 곧 90세를 바라보는 ㄴ 시인, 오랫동안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간병해왔다고 한다.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 노래가 얼마 전에 시집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의 시를 읽으며 가슴이 저려왔다는 동창생들의 얘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ㄴ 시인의 시는 항상 아름다운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었던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가 아름다운 시를 쓰면서 매를 수시로 드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나는 그의 ‘아름다운 시’가 싫었다.


다산 정약용은 말했다. “시대에 대해서 상심하거나 풍속에 대해서 분개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감수성이 뛰어나다. 한 시대에 대해 아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아픔을 외면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노래한다면, 그건 자기기만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을 좋아한다. 현실의 중압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속이게 되면 점점 마음의 힘이 약해진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난다.


우리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기 전에 먼저 진흙의 더러움을 보아야 한다. 추함이 아름다움이 되는 기적을 봐야 한다.


추한 현실을 외면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노래하는 시들은 공허하다. 마약을 하는 것과 같다.


ㄴ 시인이 아이들을 간절하게 사랑하면서도 매를 들 수밖에 없는 아픔을 시로 썼더라면, 그 시들은 우리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어야 하리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려는

저물 무렵 단애 위에 서서

이제 우리는 연옥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고

서로에게 깊이 말하고 있었네


- 김승희, <미완성을 위한 연가> 부분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미완성의 연가’를 노래하는 것이리라.


하나의 슬픔이 익어 아름다움이 될 때까지.


‘연옥’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고. 서로에게 깊이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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