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에 대한 경배

by 고석근

죽은 자들에 대한 경배


만약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신경 쓰는 것은 무엇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 데어라 혼,『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에서



가끔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본다. 예수가 교회에 갑자기 나타난다면? 석가가 절에 갑자기 나타난다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까?


그토록 간절하게 기도하던 주 예수님의 출현, 항상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석가모니 부처님의 등장, 가슴 저리게 그리운 부모님과의 재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 끼어 들어온, 강력한 현실! 우리의 현실은 커다란 균열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참혹한가! 생명 가진 존재로서 하루하루 먹고 산다는 것은 항상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가!


그들이 우리의 딱딱한 현실에 끼어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되는 건가?


우리는 그들을 반겨 맞이하기 전에, 일상을 걱정하게 될 것이다. 속으로 일상의 손익 계산을 하게 될 것이다.

죽은 자들에 대한 우아한 경배는 얼마나 멋진가! 우리의 참혹한 현실을 넘어서는 성스러운 세상!


하지만 그 성스러운 세상이 우리의 현실 세상을 덮친다면?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유대인 대신에 모든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이름을 넣어도 될 것이다.


살았을 땐 잡아 죽이려 하고

죽은 뒤엔 아름답다 떠들어대지.


- 조식, <생각 없이 읊다> 부분



우리의 하늘에는 항상 죽음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생각하는 동물’은 얼마나 무서운가! 다른 생명들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그래서 인생은 고(苦)다.

아름다움은 죽음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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