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 용기
자네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 그것은 자네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 스스로의 방침에 따라 살고 있다는 증표일세.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에서
어제 글쓰기 모임에서 한 회원이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학대받은 얘기를 했다. 어머니의 학대, 입에 올리기가 참 힘든 단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나 어머니에게서 어떤 행태로든지 학대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머니의 학대를 거의 잊어버렸다. ‘숭고한 어머니’가 우리의 쓰라린 기억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억들을 다시 소환해 내야 한다. 어머니는 우리를 만든 원초적 고향이니까.
우리가 그 기억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우리의 상처들을 드러내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의 학대를 자식에게 재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부모가 상속해 준 나쁜 유산들을 버려야 한다. 더 이상 대를 이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들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기만 하면, 그 상처들은 허공으로 흩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숭고한 어머니를 잃어버리는 게 아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어머니’를 보게 될 것이다.
어머니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 안의 측은지심이 솟아올라올 것이다. 어머니의 아픔을 함께하는 자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움 받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과거가 현재가 되어야 우리는 오롯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눈부신 현재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어머니의 학대를 소재로 글을 쓰며 그 회원은 한층 성숙해질 것이다. 그 회원은 학대하는 어머니에게서 한 시대의 크나 큰 아픔을 보게 될 것이다.
더운 숨 한 가닥 날실에 갇힌다
어머니는 비디집으로 올을 다독이고
보름새 베바닥에 달이 진다
이슬이 무거워 댓잎 지는 기척에
바디집 소리 귀를 세운다
칠거지악 칠거지탁
칠거지 칠거지 칠거지 탁탁
- 이경, <베틀> 부분
어릴 적에 베틀에 묶인 어머니를 보았다. ‘칠거지악 칠거지탁’ 소리를 들었다.
자라면서 가끔 어머니가 혼자 계시는 모습을 볼 때가 있었다. 너무나 낯선 얼굴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