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 하세요
대학 즉 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을 내 몸처럼 가까이하는 데 있으며, 지극한 선에 머무는 데 있다. 대학지도 재명명덕 재친민 재지어지선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 증자,『대학』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몇 번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신념이 강한 분들이 참 좋았다.
그들의 언행은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확고한 철학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차츰 외톨이가 되어갔다.
이유가 뭘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 ‘덕(德)’이 부족했던 것이다.
왕필은 덕에 득(得)의 뜻이 있다고 했다. 덕 있게 살아가면, 득, 얻는 게 있다는 것이다.
덕은 도(道)에 맞는 인품을 말한다. 도는 천지자연의 이치다. 이 이치에 맞게 사는 삶이 덕인 것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무성한 나뭇잎들을 떨어뜨려 흙에게 준다. 나무는 천지자연의 이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해 봄에 나무는 흙으로부터 풍부한 영양분을 얻는다. 천지자연의 이치는 상극(相克)이면서도 상생(相生)이다.
땅에 있는 물은 불의 기운이 있어야 하늘로 오른다. 불이 물을 마르게도 하지만, 동시에 물을 살리는 것이다.
물은 불의 기운으로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만물을 살리게 된다. 물과 불은 끝없이 싸우면서도 끝없이 서로를 살리는 것이다.
이러한 삼라만상의 운행의 이치를 알고 그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덕이고 덕을 행하면 득이 있게 된다.
머리가 영민해 신념이 강한 분들은 우선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자신의 ‘밝은 덕(明德)’을 밝게 해야 한다.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도는 우리의 내면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귀를 기울이면 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도의 소리에 따라 말을 하고 행동을 하면, 덕이 있는 언행이 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在親民)’ 된다. 다른 사람들도 덕이 있어 덕끼리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지극한 선에 머물 수 있게(在止於至善)’ 된다. 단체, 조직은 잘 돌아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탓한다. “누구 때문이야!”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면,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
천지자연은 하나의 에너지장이기에, 자신이 바뀌면 가까운 곳부터 서서히 바뀌어 가게 된다.
빛나는 그 달은 어디에든 두고 싶은 곳에 두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천천히 걸으면서
굽은 나무로 만든 바구니에서 달을 꺼내어
매끈한 수면 위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너울대는 모습이며 번지는 색깔이며,
온갖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 로버트 프로스트, <달의 자유로움> 부분
우리의 내면에는 누구에게나 빛나는 달이 있다. 그 달빛은 우리의 마음이 가는 곳마다 환하게 비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