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은 어떤 형태의 진리가 구축되는 하나의 경험이다. - 알랭 바디우
우리는 TV 드라마에 ‘재벌2,3세와 가난한 여자’가 나오면 대뜸 ‘신데렐라 콤플렉스’로 해석한다.
언뜻 생각하면 맞는 것 같은데, 정말 맞는 말일까?
그런 드라마의 컨셉이 계속 변주되는 것은 이 시대의 왕족, 재벌에 속하고 싶은 우리의 열망 때문일까?
영원한 성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신데렐라 콤플렉스일까?
인간은 동물에서 진화하면서 ‘공감하는 힘’이 생겼다. 다른 존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다른 생명체들은 공감하는 힘이 없다.
이 공감의 힘 때문에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문화를 꽃 피울 수 있었다.
그런데, 문명사회는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높은 성벽들을 쌓아놓았다. 왜 우리는 이런 신분의 벽을 인정해야 하나?
평강 공주는 바보 온달을 사랑한다. 사랑은 신분의 벽을 일거에 허물어버린다.
우리는 감동한다. 왕가에 진입하는 바보 온달 때문이 아니라, 신분의 경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위대한 사랑의 힘 때문에.
그래서 바디우는 말했다. “사랑은 어떤 형태의 진리가 구축되는 하나의 경험이다.”
삼라만상을 보면 신분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 서로 간에 어떤 경계도 없다. 그런데 왜 인간사회에만 인간을 갈가리 찢어놓는 신분질서가 있는 건가?
사랑은 원수인 가문끼리도 화평하게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부분
그렇다. 사랑은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가치들,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질서들을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허허벌판이 된 세상에 새로운 싹을 틔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