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원초적인 불안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대부분 당당한 존재들이다. 수백만 년간 지배해온 결과 자신감으로 가득해진 것이다. 반면에 사피엔스는 중남미 후진국의 독재자에 가깝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치명적인 전쟁에서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참사 중 많은 수가 이처럼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 유발 하라리,『사피엔스』에서
나는 오래 전에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가끔 ‘당당한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호랑이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서두는 법이 없었다. 그들의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석가가 태어나자마자 외쳤다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었다.
그들은 유아독존, ‘오로지 홀로 존귀한 자’였다. 단독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자였다.
스스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당함이 없다. 언제고 세상은 그를 버릴 수 있으니까.
우리는 연봉이 수억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당당함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연봉이 수십억대인 사람들을 생각하며 주눅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눈빛이 불안하다.
그들은 치받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두려운 것이다. 이 세상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다.
그에 비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당당하다. 그는 자신만의 왕국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ㅈ 선생’이라고 불렀던 우리 단체의 대표님은 키가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키가 큰 사람이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볼품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작은 거인, 나는 그를 보며 경탄했다. 사람이 저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 오랫동안 자신만의 성(城)을 쌓아올린 사람의 위엄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대부분 당당한 존재들이다.”
그는 땅 위의 사자, 바다 속의 상어를 예로 든다. 그들은 얼마나 당당한가! 서슴없이 자신의 길을 간다.
그들은 배가 부르면 쉬고 배고 고프면 먹는다. ‘도인(道人)들’이다. 그에 비해 원숭이들은 어떤가? 항상 조급하다. 항상 눈알을 굴린다.
유발 하라리는 “그들은 수백만 년간 지배해온 결과 자신감으로 가득해진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 그는 말한다. “반면에 사피엔스는 중남미 후진국의 독재자에 가깝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인류가 사피엔스가 된 것은, 수 만년밖에 되지 않는다. 갑자기 이 세상의 왕이 된 것이다.
갑자기 왕좌에 앉은 인간은 늘 불안하다. 왕의 위엄이 없다. 불안한 왕은 잔인하고 위험해진다
그는 “치명적인 전쟁에서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참사 중 많은 수가 이처럼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원초적 불안’은 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인류사에서 ‘불안을 뛰어넘은 인간들’을 본다.
그들은 인류가 앞으로 진화해야 할 롤 모델일 것이다. 나는 당당한 인간들을 보며, ‘속물적 인간’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인류는 지금 ‘새로운 인간’을 향해 진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명이 펼쳐질 것이다.
저 파란 하늘 속 물결 소리 들리는 곳에
뭔가 엄청난 물건을
내가 빠뜨리고 온 것 같다
- 다니카와 슌타로, <슬픔> 부분
우리는 애초에 잃어버린 적도 없는 것에 대한 슬픔을 느낀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원초적 상실감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너는 이대로 부족함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