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냐? 존재냐?

by 고석근

소유냐? 존재냐?


아무도 맡아 놓지 않은 다이아몬드를 네가 발견했다고 쳐봐. 그럼 그건 네 것이야. 아무도 맡아 놓지 않은 섬 하나를 네가 봤다고 쳐봐. 그럼 그건 네 거야. 어떤 생각을 네가 맨 처음 했다고 쳐. 그럼 넌 특허를 낼 수 있어. 그 생각은 네가 맡아놓은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나보다 먼저 별을 갖겠다고 맘먹은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별은 내 소유야.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어제 공부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며 마음이 참담했다. 한 분이 주식 공부를 한다고 했다.


가끔 이런 분이 온다. 그때마다 ‘헉!’ 나는 가슴이 막혀 온다. 주식을 공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런 분들이 ‘전문적인 주식 투자자’로 나설 때다.


자신의 방에 노트북을 두어 개 켜 놓고 하루종일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 보는 광경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렇게 해서 돈을 버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통계적으로 보면, 개미들은 99% 손해를 본다고 한다.


나도 한때 주식을 해보았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수십만 원을 벌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은 되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아 나가도 보면, 어느 순간에 와르르 허물어졌다.


티끌 모아 티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티끌마저 바람에 폴폴폴 날아가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 뒤 주식을 끊었다. 내가 경험한 주식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리고 필패의 도박이었다.


그동안 내 심성은 엄청나게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돈으로 보였다. 한탕주의의 심리에 빠져 있었다.

나는 인문학을 공부하며 돈과 인문학은 자연스레 양립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공자는 말했다. “학야녹재기중(學也祿在其中), 공부를 하면 돈(녹봉)이 그 안에 있다.”


그러니까 공부를 하면, 자신의 마음의 힘을 키워가면, 저절로 돈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나는 경험적으로 이 말이 100% 맞는다는 것을 안다. 오로지 꿈을 쫓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따라왔다.


그렇지 않고 오로지 돈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돈도 잃고 자신도 망가져 갔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돈을 계속 추구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우리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말하고 있다. “소유냐? 존재냐?”


우리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존재를 선택해야 한다. 소유는 인간다운 게 아니다.


사업가는 어린왕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무도 맡아 놓지 않은 다이아몬드를 네가 발견했다고 쳐봐... 어떤 생각을 네가 맨 처음 했다고 쳐. 그럼 넌 특허를 낼 수 있어... 나도 마찬가지야. 나보다 먼저 별을 갖겠다고 맘먹은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별은 내 소유야.”


한번 소유에 맛을 들이면 세상이 다 소유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별을 ‘소유’할 수 있을까?


이 소유에 의해 인간은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탐욕에 젖은 마음은 항상 파도를 치게 된다. 깊은 평온을 맛볼 수가 없다.



어린왕자는 사업가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꽃을 하나 가졌는데 날마다 물을 줘요. 화산 세 개를 가졌는데 주일마다 청소를 해요. 불 꺼진 화산도 같이 청소하니까요. 지금은 죽은 화산이지만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그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화산한테도 이롭고 꽃한테도 이롭지만, 아저씨는 별들한테 이로울 게 없어요.”


어린왕자는 존재하는 법을 알고 있다. 꽃과 화산과 함께 살아 간다. 서로 좋다. 하지만 사업가의 소유는?


다 망가진다. 지금 인류가 맞고 있는 기후 위기를 생각해 보면 된다. 우리의 심성은 기후 위기만큼 망가져 있다.


스스로 망가져 가는 길을 가는 공부 모임 회원, 하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큰 지혜를 얻고 돌아오기를... .



도둑고양이처럼 기어오르던 고독 다 귀찮아

시 파산 선고

행복 벤처 시작할까

그리고 저 캄캄한 도시 속으로

폭탄같이 강렬한 차 하나 몰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만 하면


- 문정희, <성공시대> 부분



우리는 누구나 ‘성공시대’에 살고 있다. ‘저 캄캄한 도시 속으로/ 폭탄같이 강렬한 차 하나 몰고’ 미친 듯 질주한다.


고독이 무서워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 혼자 있는 게 싫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고독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 무한한 세계가 열린다.


‘한 인간의 마음은 천만인의 마음(노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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