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by 고석근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때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한 거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꽃을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주었어.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쉘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며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생각했다.


‘옛날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 ‘그리고 그 나무에게는 사랑하는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날마다 소년은 나무에게로 와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한 잎 두 잎 주워 모았습니다.’


소년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 먹곤 했다.


나무는 소년에게 아낌없이 준다. 소년은 나무를 무척 사랑했고, 나무는 행복했다. 세월이 흘러갔다.


소년이 나이가 들고, 그는 이제 나무와 예전처럼 놀지 않았다. 소년은 돈이 필요했다.


나무는 소년에게 사과를 따다가 도회지에서 팔라고 했다. 소년은 나무 위로 올라가 사과를 따서는 갖고 가버렸다.


세월이 흐르고 소년이 왔다. 나무는 예전처럼 소년이 놀기를 바랐다. 하지만 소년은 집이 필요했다.


나무는 가지들을 베어다가 집을 짓게 했다. 소년은 가지들을 갖고 떠났다. 나무는 행복했다.


다시 세월이 흐르고 소년은 돌아왔다. 나무는 함께 놀기를 바랐지만, 소년은 말했다. “배가 한 척 있었으면 좋겠어.”


나무는 줄기를 베어내서 배를 타고 멀리 떠나라고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소년은 다시 돌아왔다.


소년은 말했다. “이젠 나도 필요한 게 별로 없어. 그저 편안히 앉아서 쉴 곳이나 있었으면 좋겠어.”


소년은 다 늙어버린 나무 밑동에 앉아 편안히 쉬었다. 그래서 나무는 무척 행복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소년의 부모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만 아낌없이 주고받는 관계일까?


삼라만상의 관계가 그러할 것이다. 태양은 빛을 아낌없이 주며 만물을 살아가게 한다.


만물도 또한 서로에게 아낌없이 준다. 인간만이 조금 다르다. 어린 왕자는 장미를 떠난 자신을 후회한다.


“그때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한 거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꽃을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주었어.”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자아 개념’이 생겨났다. ‘나’가 된 인간은 자신만 챙기려 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속마음, 무의식은 다르다. 여전히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남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어 한다.


우리의 진짜 마음은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에 있다. 우리는 무의식에서 나오는 행동을 봐야 한다.


남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 은연중에 행동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읽고, 눈빛을 보며, 마음을 주고받아야 한다.


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 말은 오해의 근원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말의 덫에 걸려 서로를 오해했던가!


우리는 말의 노예가 되었다. 말의 꼭두각시가 된 우리들, 서로의 행동을 보면서 서로의 진심을 알아야 한다.



입김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다

사라진다


- 나해철, <내 마음의 겨울> 부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랑을 뜨겁게 모아 세상에 내보냈을까? 허공으로 사라진 우리의 사랑들.


하지만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사랑으로 우리는 밥을 먹고, 사랑으로 우리는 말을 하고, 사랑으로 우리는 오늘 하루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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