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찾아서

by 고석근

친구를 찾아서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시골에서는 우연히 마주치는 것들이 있다.


오래전에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가는데, 길이 문득 끊어졌다. 앞을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산으로 올라갔다. 산을 넘으니, 오! 들판이 펼쳐졌다. 나는 이런 경이로움이 좋다.


천천히 산길을 내려가는데, 한 할아버지가 손주뻘인 아이와 같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어디서 오십니까?” 나는 산을 가리키며 산을 넘어왔다고 했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할아버지는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더니 내게 사탕 한 알을 주셨다.


아마 손주에게 주려 주머니에 보관하고 있었던 거 같다. ‘그 아까운 사탕을 내게 주시다니!’


나는 그때 동화 속 한편 아니면, 소설 속 한편 아니면, 먼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나는 항상 간절하게 사람을 찾는 것 같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친구, 그래 나는 친구를 간절히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길들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타고난 예민한 성격에 가난하게 자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거기서는 다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니까.


어느 낯선 주막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그 시간만큼은 나는 친구를 갖게 되니까.


횡단보도를 지날 때, 함께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많은 사람들과 한길을 가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하지만 길은 금방 끝나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혼자’, 나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다.


사람을 만나 서로를 길들이고 상처를 받고...... 그러면서 나는 차츰 혼자가 되어갔다.


점을 치면 내 사주팔자에 ‘외로울 고(孤)’가 있다고 한다. ‘운명이구나!’ 나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살아왔다.


현대인은 외롭다는데, 다 나 같은 심정일까? 나도 젊은 시절 한때, 많은 친구들과 신나게 지내던 때가 있었다.

시를 공부하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였다. 그때는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과 쉽게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그들도 차츰 삶 속으로 깊이 깊이 들어갔다. 나는 ‘유토피아’를 원하는 것 같다.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내 사진들을 보면 한결같이 나는 먼 곳을 보고 있다.


나는 어린 왕자가 지구별에 내려왔다가 사라진 곳을 좋아한다. 가는 선 두 개가 만나는 사막의 지평선.


하늘에 아득히 별 하나가 떠 있다. 나는 산길을 가다 그런 풍경을 가끔 만난다. 나는 저쪽 너머를 하염없이 본다.


막상 너머를 가면 똑같은 산길이 이어지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도 산의 침묵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빗방울 맞는 나무들은

아이 간지러워 아이 간지러워

몸을 비비 꼬고


- 이기철, <빗방울> 부분



한때 우리도 저렇게 즐겁던 때가 있었다. 그 아이는 지금도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다.


가끔 그 아이가 깨어날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갑자기 울상이 되기도 하고, 실없이 웃기도 하고,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난 듯 바쁘게 걸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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