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by 고석근

너 자신을 알라


“꽃들은 모순덩어리야! 하지만 난 꽃을 사랑하기엔 너무 어렸어.”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독일의 아동문학가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통쾌한 복수 이야기’다.


‘작은 두더지가 하루는 해가 떴나 안 떴나 보려고 땅 위로 고개를 쑥 내밀었어요. 그러자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답니다.’


‘슈우웅, 철퍼덕!’ 그의 머리에 똥이 떨어진 것이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두더지는 머리에 똥을 이고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만나는 동물들에게 물어본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비둘기, 말, 토끼, 염소, 소, 돼지, 그들은 두더지 앞에서 똥을 싸며 말했다. “내 똥 아니지?”


지친 두더지는 뭔가를 핥아먹고 있는 통통하게 살찐 파리 두 마리를 만나게 된다. “얘들아,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을까?”


파리 두 마리는 윙윙거리며 냄새를 맡았어요. “아, 이건 바로 개가 한 짓이야!” 드디어 작은 두더지는 누가 자기 머리에 똥을 쌌는지 알게 되었다.


뚱뚱이 한스! 바로 정육점 집 개였다. 두더지는 뚱뚱이 한스의 집으로 재빨리 올라갔다.


작고 까만 곳감 씨 같은 두더지의 똥이 뚱뚱이 한스의 널따란 이마 위로 쓩 하고 떨어졌다.


작은 두더지는 그제야 기분 좋게 웃으며, 자신의 보금자리 땅속으로 사라졌다. ‘복수는 나의 것!’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류의 오랜 복수 방식이었다. 원시인들은 자신들이 당한 만큼만 되 갚아 주었다.


그러다 철기가 등장하면서 ‘복수의 시대’가 끝나게 되었다. 철기의 등장으로 부족 간에 참혹한 침략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전 인류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때 지구 곳곳에서 성인(聖人)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사랑’을 가르쳤다.


공자는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했고, 예수는 “사람들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너희도 그들에게 그대로 해주라”고 했다.


부족사회를 넘어 대제국이 형성되던 시기, 여러 부족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 사랑이 삶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구가 하나의 마을이 된 현대에도 인류는 사랑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 이 세상에는 피비린내 나는 복수가 난무한다.


어린 왕자는 회한에 젖는다. “하지만 난 꽃을 사랑하기엔 너무 어렸어.” 우리는 모두 ‘너무 어리다.’


긴 인류사로 보면 ‘사랑의 시대’는 아주 짧다. 250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복수의 시대’는 수만 년, 수십만 년이다.


인류는 지금 풍전등화(風前燈火)다. 사랑을 빨리 배우지 않으면, 멸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인류의 선지자(先知者)들은 말한다. “삼라만상은 하나의 몸이다.” 인간에게는 두 개의 나가 있다.


각자의 몸을 가진 존재, 각자 하나인 듯하다. 하지만 우리 몸의 실체는 에너지장이다. 우리의 몸은 천지자연과 하나다.



잠시 숨을 멈춘고

긴장을 풀고

일격필살을 노리는

복수의 버튼만 살짝 누르면

세상은 전혀 딴판으로 바뀌고

놈은 쥐도 새도 모르게

눈앞에서 사라지겠지


- 임영조, <리모콘> 부분



우리는 항상 복수를 꿈꾸고 있다. 사랑을 배우기 위한 과정이다.


복수심이 다 사라지는 날, 그 자리에서 사랑의 맑은 샘물이 솟아 올라오기 시작할 것이다.


철철 흘러나와 온 세상을 다 적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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