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움과 가벼움의 사이에서

by 고석근

무거움과 가벼움의 사이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진지한 사람들과 수많은 접촉을 했다. 오랫동안 어른들과 함께 살며 그들을 아주 가까이서 보아 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내 의견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아주 오래전에 정비석 작가의 소설 ‘자유 부인’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자유 부인’이 대박이 났었다.


그 후 수많은 ‘자유 부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진정한 자유 부인이었을까?


그녀들은 항상 떠나온 곳을 잊지 못했다.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가정과 가족들이 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유(自由), 얼마나 멋진 말인가! 자유는 글자 그대로 자신의 삶이 스스로(自)에게서 나오는(由)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意志)’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의지는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솟아올라오는 근원적인 힘이다.


이러한 의지가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답답해서 떠나는 것은 진정한 지유가 아니다.


오로지 니체가 말하는 자신의 ‘힘에의 의지’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자유인이다. 그에게는 무한한 ‘가벼움’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 무거움에서 떠난 가벼움은 진정한 가벼움이 아니다. 그의 가슴에는 늘 돌멩이 같은 무거움이 얹혀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거움을 견딜 수 없어 가벼움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그들의 가슴에는 묵직한 돌멩이가 얹혀있어, 그들은 가벼움을 견디지 못한다. 육체를 버리고서야 가볍게 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진정한 자유인이 나온다. 조르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 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조르바에게는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그에게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이런 사람은 항상 ‘살아있다’. 삶과 죽음이 하나인 삶이다. 그는 계속 살다가 죽음이라는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어느 날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 나, 나는 평소에 진심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고독하게 살아왔다.

‘나는 이렇게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진지한 사람들과 수많은 접촉을 했다. 오랫동안 어른들과 함께 살며 그들을 아주 가까이서 보아 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내 의견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어른들은 늘 ‘무거움과 가벼움의 사이’에 있다. 항상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가고 있다.


비행사 나는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난다. 그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 있는 내면의 아이를 만난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직 미숙하다. 어릴 적 상처를 잊지 못하고 있는 아이, 아이는 그의 절박한 가슴에서 성숙하게 된다.


비행기는 수리되고, 그는 가볍게 날아서 귀환하게 된다.



날고 싶어 바람 불 때마다

날갯짓한다

팔랑팔랑.


- 김바다, <목화 새싹> 부분



시인은 목화 새싹에서 나비의 날갯짓을 본다. 자신의 마음속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라만상은 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언제고 바람을 만나면 팔랑팔랑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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