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으로부터 탈주하라

by 고석근

자신으로부터 탈주하라


나는 그가 철새들의 이동을 이용해서 그의 별을 빠져나왔으리라 생각한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별을 깨끗이 정돈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산업사회에서 살아왔다. 산업사회는 하나의 커다란 공장이다. 공장에서는 사람도 기계가 되어야 한다.


항상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니, 우리는 늘 숙제를 하는 데 익숙해졌다.


산모가 해야 할 일, 아기가 해야 할 일, 10대가 해야 할 일, 2대가 해야 할 일, 30대에 읽어야 할 필독서, 나이 40에 읽는 고전, 노후를 위해 들어야 할 보험들...... .


우리는 늘 숙제를 하느라 바쁘다. 눈코 뜰 새가 없다. 우리는 하나의 기계 부품이 되어버렸다.


인생의 목적은 좋은 기계 부품이 되는 것이 되고, 학교는 기계 부품 공장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살다 보면, 어느 날 기계 부품이 망가지는 날이 온다. 재활용조차 되지 않는 자신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된다.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인생은 숙제가 아니다. 인생은 축제가 되어야 한다. ‘살아있음의 환희’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살다간 사람들이 성인이다. 삶의 본보기다. 공자를 본보기로 하여 우리의 삶을 재구성해 보자.


그는 15세에 ‘학(學)’에 뜻을 두었다. 그는 일생 동안 공부를 한 사람이다. 그는 공부하는 게 즐거워 나이 드는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의 공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와 다르다. 우리의 공부는 좋은 부품이 되기 위한 지식 위주의 공부다.


그의 공부는 자신을 가꿔가는 공부다. 자신을 초극해가는 공부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超人)’이다.


초인은 늘 자신으로부터 탈주하는 사람이다. 항상 길 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다.


어린 왕자처럼 자신의 별을 빠져나왔다. 그 후 어린 왕자는 계속 자신으로부터 탈주했다.


삼라만상 모두 탈주하는 삶이다. 어느 것 하나가 그 자리에 머물게 되면, 우주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필사적으로 자신으로부터 탈주하고 있다. 인간만이 안주하려 한다.


숙제를 오랫동안 해온 우리는 삶의 축제를 즐기지 못한다. 안에서 올라오는 신명이 버겁다.


춤을 추기보다 일을 하는 게 더 좋다. 공자는 늘 삶의 축제를 즐겼다. 그는 계속 거듭나는 삶이었다.


30대에는 이립(而立), 바로 서게 되었다. 자신의 길이 훤히 보인 것이다. 그의 내면의 빛이 앞길을 비춘 것이다.


늘 더 나은 자신을 향해 나아간 사람만이 내면의 등불을 발견한다. 밖을 향해 숙제만 한 사람은 내면이 캄캄하다.


그렇게 산 공자는 40대에는 미혹됨이 없게 되었다(불혹 不惑). 마음이 충만한데,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겠는가?


드디어 그는 50에 이르러 천명을 알게 된다(지천명 知天命). ‘아, 이것이 나의 소명이구나!’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가는 공자는 60대에 이르러 어떤 말도 귀에 거슬림이 없게 된다(이순 耳順).


모든 말이 그에게는 자신에게 좋은 말이 된다. 그의 안에서 비치는 빛이 환한데, 자신의 길을 의심하겠는가?

그는 70대에 이르러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게 된다(종심소욕불유구 從心所欲不踰矩).


그는 73세에 죽는다. 환한 빛이 되었을 것이다. 80대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공자처럼 살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늘 숙제만 하다 죽을 것인가? 늘 축제를 즐기다 죽을 것인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나가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 부분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이해하려 한다. 숙제를 너무 오래 하다 보니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이처럼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나가야 한다. 최고의 즐거움 속에서 인생을 다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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