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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04. 2024

사람이 힘들다   

 사람이 힘들다      


 이 세상은 수수께끼, 인간이란 야만스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하지요.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호랑이를 사냥하는 사람은 다른 동물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한다. 눈앞에 사슴이 지나가도 무심할 것이다.     


 모기가 그의 귓가에서 앵앵거려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호랑이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건, 사람일 것이다. 과거 봉건 시대에는 사람은 공동체에서 함께 살았다.     


 한평생 미워도 좋아도 더불어 살아야 했다. 미워하는 사람을 한평생 보고 살아야 하는 고통, 엄청나게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운명이니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찾아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미워하는 사람은 보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미워하는 사람은 계속 나타나지 않는가? 그 많은 사람을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직장, 가족으로 엮여 있으면? 벗어날 수가 없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미워하는 사람은 보고 살아가야 하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소속된 단체도 없다. 되도록 모임에도 나가지 않기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사람에 대한 고통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사람이 힘들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온몸이 불에 타오르는 느낌이다.     


 고대 중국의 철인 노자는 사람을 버리지 말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좋고 싫은 것은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에 없는 것은 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다 마음에 있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은 마음 깊은 곳에 축적이 된다. 우리는 이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생겨난다. 따라서 호불호(好不好)의 마음이 일어날 때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무심히 바라보게 되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넘어서는 큰마음을 보게 된다.     


 큰마음은 그런 것에 구애받지 말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큰마음의 소리를 자주 들어야 한다.      


 큰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게 되면, 좋아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고통과 미워하는 사람을 봐야 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치 호랑이를 사냥하는 사람이 다른 동물들에게 무심하듯이. 사람이 힘들다는 건, 큰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고 살아간다는 얘기다.     


 큰마음으로 보게 되면, 사람이 정확히 보인다. 조르바는 말한다.     


 “이 세상은 수수께끼, 인간이란 야만스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생각을 내려놓고 사람을 보아야 한다.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한 사람을 보아야 한다.     


 생각으로 사람을 보게 되면, 사람의 본모습을 보지 못한다. 사람을 구분하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그러고는 그 허상 속에서 괴로워하게 된다. 자신의 그림자와 싸우는 꼴이다. 생각을 내려놓게 되면 이 허상들은 다 사라지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 박노해, <겨울 사랑> 부분  



 사랑은 다 ‘겨울 사랑’일 것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힘들다는 건, 곧 사랑이 자신에게 온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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