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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05. 2024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노부오 후쿠치의 그림책 ‘따 주세요’를 읽는다.      


 거북이가 길을 가다 여러 동물을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원숭이 아저씨 빨간 사과 하나 따 주세요.”     


 “비둘기 아줌마 예쁜 꽃 좀 따 주세요.”      


 “기린 아저씨 맛있는 앵두 따 주세요.”     


 .......     


 그때마다 동물들은 거북이가 원하는 것들을 따 준다. 거북이는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잊어버리게 되었다.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라는 말도 잊어버린 지 오래다.      


 우리는 위급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외치게 된다. “도와주세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는 것을. 황망한 경험을 하게 되며, 우리는 점차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삶의 준칙으로 삼게 된다.     


 그런데 인간은 서로 하나가 됨으로써 지구에서 최강자가 되었다. 인간은 최강자답게 눈부신 문명을 이뤄왔다.     


 현대의 찬란한 문명사회에서는 남의 도움 없이도 각자 살아갈 수 있는 듯하다.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의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남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가 되면, 외로워진다.     


 요즘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말하는 ‘멋진 신세계’가 도래했다.     


 우리는 알약 하나로 외로움을 이겨낸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려 하기보다는 알약 하나 먹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절체절명의 순간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 속에서 혼자 견딘 적이 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데, 다들 한가롭게 의자에 앉아 있는데, 나를 아예 모르는 체했다.      


 나는 투명 인간이 되어, 간신히 아내에게 전화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 비명횡사했더라면? 나는 한을 품고 죽어갔을 것이다. 무심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한 사례들은 많다. 피투성이의 몸으로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보는 심정은 어떨까?     


 이런 마음의 상처들이 약으로 치유가 될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혼자 나뒹굴어 져 있었던 경험은 누구나 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사라지는 것은 없다. 어둠 깊이 들어간 이 마음들은 언제고 밖으로 뛰쳐나오게 된다.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하나인 존재다. 각자의 개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흔들려 덜 흔들렸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있었구나


 - 함민복, <흔들린다> 부분       



 나무 한 그루도 흔들려가며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다.      


 우리는 자신을 동정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고 울부짖지 말아야 한다.  


 삼라만상 다들 자신의 자리를 아스라이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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