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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06. 2024

선과 악은 하나다   

 선과 악은 하나다     


 하느님이나 악마는 하나고 똑같은 거예요.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고대 그리스의 자연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모든 사건은 항상 그 반대의 결과로 일어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고 한다.     


 “그냥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어느 날 성공한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왜 그럴까? 이 세상의 이치가 ‘대극합일(對極合一)’이기 때문이다. 서로 반대로 보이는 것이 실은 하나인 것이다.     


 생(生)과 사(死)도 하나다. 만일 죽음이 없다면, 모든 생명체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다. 쓸데없는 것이 쓸 데 있는 것이 된다. 쓸 데 있는 것만 있으면, 그것은 전혀 쓸 데가 없게 된다.     


 길을 갈 때 발의 크기만큼의 땅만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걸어갈 수가 없을 것이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生卽死)이다. 죽으려고 하면 살게 되고 살려고 하면 죽게 된다.        


 높이 올라가려고 하면 땅바닥으로 추락하게 되고, 낮아지려고 하면 높이 올라가게 된다.      


 남을 망하게 하려고 하면, 남은 흥하게 되고, 자신은 외려 망하게 된다. 자신이 잘 되려면, 남을 잘 되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의 이치는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의도적으로 하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진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높이 올라가지만, 가식으로 자신을 낮추게 되면 정말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조르바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하느님이나 악마는 하나고 똑같은 거예요.”     


 프리드리히 니체의 역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한 인간의 성장기다. 초인이 되는 영웅담이다.     

 초인이 된 차라투스트라는 태양과 같은 존재다. 태양은 항상 스스로 불에 타오르는 존재다.     


 그 빛으로 만물이 살아간다. 우리는 태양을 숭배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태양에게 고마워하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도 태양처럼 불타올라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태양처럼 남을 살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남을 살렸다는 것을 모르게 된다.     


 그런데, 인간은 자의식(自意識)이 있어, 자신이 하는 일을 다 알게 된다. 그래서 초인이 되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다.     


 하지만, 신이 죽은 시대에 인간이 가야 할 길은 이 길밖에 없다. 이 길을 가지 않으면, 우리는 신과 악마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둘 중의 하나를 섬겨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분열된다. 인간은 둘 다 품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을 섬기게 되면, 마음속에 악마가 생겨난다. 악마를 섬기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을 초극해 가야 한다. 그러면 신과 악마는 자연스레 하나가 된다. 태양처럼 자신도 모르게 만물을 살리게 된다.     


 태양이 되는 건, 어쩌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삼라만상이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 이생진, <낮에서 밤으로> 부분           



 우리의 몸은 먹고 싶으면 먹고 졸리면 잔다.     


 해와 달과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생각이 우리를 마구 끌고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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