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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08. 2024

네가 바로 그것이다   

 네가 바로 그것이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지식인 카잔차키스는 크레타섬으로 가다가 우연히 조르바를 만난다. 그는 속으로 소리쳤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조르바처럼 살아가게 될까? 조르바처럼 막노동꾼이 될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여전히 ‘먹물’로 머문다. 왜? 그는 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묘비명에 쓰게 된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우리는 살아가다 눈이 부셔서 감히 마주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나도 그런 적이 몇 번 있다.     


 ㅈ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주는 술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나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었구나!’     


 나는 그 뒤 그분을 자주 뵙게 되었다. 나도 그분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나였다.     


 나를 고수하면서 그가 되어야 했다. 어느 날 밤, 그분과 전철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분이 내게 말했다. “고선생, 크게 되겠어.” ‘헉! 내가 크게 된다니?’ 지금도 그분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 뒤 그분처럼 되려 내 나름대로 노력했다. 물론 그분은 여전히 별처럼 하늘에 높이 떠 있다.     


 나는 여전히 땅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분을 닮으려 했기에, ‘내면의 그’가 많이 깨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만나는 존경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내면에 있다. 우리 안에 그들처럼 위대한 점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위대한 점을 깨워야 한다. 카잔차키스는 내면의 조르바를 깨워 자유가 되었다.     


 원시인들은 신화를 통해 자신들이 ‘네가 바로 그것이다’를 깨닫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명상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는 그것이 아닌 무엇이 되어 살아간다.     


 남자, 여자,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사장, 회사원, 노동자, 공무원, 팀장....... 이 모든 것은 다 사회적 역할이다.     


 사회 속에서의 존재다. 그럼 이러한 존재들이 다 사라지게 되면 나는 사라지는 걸까? 이러한 것들이 다 사라져도 나라는 존재는 여전히 있다.     


 명상 상태에 들어가면, 평소에 나라고 생각하는 존재들은 다 사라진다. 나들이 다 사라져도 여전히 존재하는 나는 있다.     


 이것이 바로 진짜 나다. ‘네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무한한 신비로운 존재다.      


 나는 무한히 위대한 존재, 그 존재가 남자로 여자로 사장으로 노동자로 회사원 등으로 변신하며 지상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 그것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조르바는 이렇게 살다 갔다. 카잔차키스도 이렇게 살다 갔다.      


 그들은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었다. 우리 대다수는 그들의 겉모습만 존경하고 흉내를 내다 사라져 버리게 된다.             



 묻기를 서슴지 말아라, 친구여! 

 아무것도 믿지 말고 

 스스로 조사해 보아라!


 - 베르톨트 브레히트, <배움을 찬양함> 부분 



 동물은 오랜 시간이 흘러야 진화를 한다.     


 인간은 배움이라는 게 있어, 당장에 진화할 수 있다.


 묻기를 서슴지 말고, 아무것도 믿지 말고, 스스로 조사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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