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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10. 2024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      


 조르바가 너무 부러웠다.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을 그는 싸우고 죽이고 입 맞추면서 살과 피로 고스란히 살아 낸 것이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요즘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었다.     


 ‘가스라이팅 범죄는 그동안 사이비 종교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벌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부, 연인, 직장 상사와 후배, 스승과 제자, 선후배 관계 등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일’을 말한다.     

 우리의 삶을 잘 살펴보면, 우리는 일정 정도 ‘가스라이팅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왜 우리는 이러한 범죄인이 되어버린 걸까? 외롭기 때문이다. 외로운 사람은 누군가의 지배를 받거나 누군가를 지배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로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디스트(가학증 환자)가 아니면 마조히스트(피학증 환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들의 빈 마음을 남을 통해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과거에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서 채우려 한다.     


 이 마음이 부모를 사디스트로 만든다. 부모는 반항하는 자식에게 절망한다.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럴 때 자식은 효도라는 이름에 짓눌려 마조히스트가 될 수 있다. 한평생 부모의 그늘을 떠나지 못하는 자식, 세상은 그를 효자, 효녀라고 부를 수 있다.     


 외로운 사람은 권력을 가졌을 때, 당연히 자신보다 약한 자를 지배하려 든다. 그래야 자신의 기득권이 유지가 되니까.     


 이런 병적인 인간관계가 ‘끈끈한 인간관계’가 되어 미화될 수 있다. 그들은 언뜻 보면, 철의 동맹 관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멀쩡한 가정의 폭력, 사랑하는 연인의 스토킹, 좋아 보이는 선후배의 폭력적 관계가 있다.     


 우리는 ‘외로운 인간’에서 과감히 탈주하여 자신을 ‘고독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자신을 새로운 인간, 고독한 인간으로 재발명해갈 때, 우리는 가스라이팅 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독한 인간은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사람, 단독자다. 그는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길을 가며 다른 사람과 연대하게 된다.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주고, 받을 수 있을 때 받게 된다. 서로 평등한 관계에서 만나게 된다.     


 그의 모든 인간관계는 우정이 된다. 인간의 본성(本性)을 발현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본성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홀로 살아가면서도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       


 홀로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인간관계다. 서로를 성숙시켜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다.     


 카잔차키스는 조르바에게서 이 시대의 이상적 인간상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을 그는 싸우고 죽이고 입 맞추면서 살과 피로 고스란히 살아 낸 것이었다.’     

 우리는 고독한 인간이 되어 각자의 삶을 ‘싸우고 죽이고 입 맞추면서 살과 피로 고스란히 살아 내야’ 한다.      


 슬픔이 나를 깨운다. 

 벌써! 

 매일 새벽 나를 깨우러 오는 슬픔은 

 그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부분 



 시인은 슬픔을 관찰한다. 항상 마음이 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과로하는 슬픔은 조만간 다른 생(生)을 살게 될 것이다.   


 ‘슬픔이 나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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