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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11. 2024

죽음은 끝이 아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조르바,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위,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한 부류는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지요.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하나의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글쎄, 무슨 싸움일까요?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지요.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악몽 속에서 헤매다 깨어날 때가 있다. ‘휴.’ 그러면 다 끝이다. 나는 내 방에 안전하게 있다.      


 ‘나는 지금의 나인가? 악몽 속의 나인가?’ 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말 그럴까? 나는 악몽에서 벗어난 걸까?     


 그렇지 않다. 악몽은 나의 마음 깊이 스며들었을 뿐이다. 악몽은 똬리를 틀고 있다. 언제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나는 앞으로 마음속에 악몽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죽을 때까지? 죽어도 그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에너지로 흩어지듯이 그도 에너지로 흩어져 끝없이 나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윤회라고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는 ‘개별적 실체’의 윤회가 아니다.       


 천지자연은 하나의 에너지장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끝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은 끝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계속 죽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계속 사라지고 계속 다시 태어난다.     


 삶과 죽음 그 자체가 삶이다. 카잔차키스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눈다.   


 첫째는 ‘소위,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천지자연의 실체를 모르고 살아가는 중생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는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다.     


 언뜻 보면, 이들은 이타적인 인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빠져 있다.     


 그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는’ 사람들이다.     


 셋째 부류는 온몸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다.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삶의 실상을 그대로 본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하나의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그들은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을 치열하게 한다. 이 세상을 물질의 측면에서만 보면, 약육강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독하게 싸우며 내면의 본성이 깨어나게 되면, 이 세상이 서로의 살(肉)을 나누는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정신이 고양된다. 천지자연과 하나의 몸, 하나의 마음이 된다.       


 동물에서 생각하는 인간으로 진화한 인간은 이제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을 해야 한다.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 김수영, <눈> 부분 



 시인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는 눈을 본다.     


 그 눈은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살아 있다.        


 천지자연은 서로의 기(氣)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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