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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19. 2024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사람에겐 바보 같은 구석이 있게 마련입니다. 가장 바보 같은 놈은, 내 생각에는 바보 같은 구석이 없는 놈일 것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가끔 내 앞으로 막무가내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모르게 안에서 분노가 솟구쳐올라 온다.     


 왜? 앞을 보지도 않고, 남을 배려하지도 않고, 자신의 길만 가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니까.     


 우리 안에는 지혜로운 판관이 살고 계시는 것이다. 그는 척 보면 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그런데 계속 부당한 일을 겪다 보면, 우리 안의 판관이 지치게 된다. 결국에는 쓰러져버리게 된다.     


 그는 서서히 의(義)에 무심한 사람이 된다. 의를 보아도 가슴이 뜨겁지 않고, 의롭지 못한 것을 보아도 분노가 올라오지 않게 된다.     


 그는 자신을 변명하기 시작한다. ‘세상이 다 이런 걸 어떻게 해?’ 그러다 그는 ‘노장사상(老莊思想)’을 접하게 된다.      


 노자와 장자의 초탈한 삶을 흉내 내게 된다. 그의 인생 철학은 ‘정신승리법’이다. 그는 자신의 ‘허구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하루하루 무사히 살아가게 된다.     


 그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다. 그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그는 뭐라고 답을 할까?      


 그는 ‘각자의 몫을 받는 것’이라고 답을 할 것이다. 왜? 그는 항상 간신히 자신을 지키며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살다 보면, 많은 돈이 필요할 때가 있고, 돈이 별로 필요 없을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각자의 몫을 어떻게 잘 배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려움 앞에서 무조건 각자의 몫을 받고 보는 쪽을 택하게 된다.     


 ‘내가 노력한 만큼 내 몫을 달라!’ 이 세상은 만인이 만인과 싸우는 전쟁터가 되어 버린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지극히 정의로운 질문이 이 세상을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질문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한다. ‘나는 왜 정의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가? 이 마음은 도대체 무엇인가?’           


 의와 불의는 배워서 아는 게 아니다. 우리의 타고난 마음, 본성(本性)은 그냥 안다. 따라서 중요한 건, 이 본성을 깨우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우리의 본성을 중시해야 한다. 어릴 적부터 본성을 깨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인간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생겨난 마음, 본성에는 남의 고통을 아는 사랑이 있다.     


 이 사랑이 동서양의 모든 성현이 말하는 ‘도덕의 황금률(黃金律)’이다. 이 사랑의 마음은 인간의 조건이다.     

 이 사랑의 마음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의를 잘 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의를 잘 모른다.     


 우리는 애타게 정의를 찾는다. 하지만 정의는 우리 가슴에 이미 있다. 우리의 가슴이 뜨거워야 정의가 불타오른다.     


 사랑이 식은 차가운 가슴에는 정의도 함께 죽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하고 아무리 질문해도 어떤 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조르바는 인간의 본성을 바보에 빗대어 말한다.      


 ‘사람에겐 바보 같은 구석이 있게 마련입니다. 가장 바보 같은 놈은, 내 생각에는 바보 같은 구석이 없는 놈일 것입니다.’  



 우리는 때 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부분 



 내게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있다.     


 저마다 목청껏 부른 노래들,     


 이따금, 그 노래들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나는 화들짝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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