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2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 한하운, <개구리> 부분
시인의 나이 열일곱 살 이리농림학교 5학년 때, 그는 뇌성벽력 같은 선고를 받는다.
‘진찰이 끝난 뒤, 조용한 방에 나를 불러놓고 재판장이 죄수에게 말하듯이 문둥병이라 하면서 소록도로 가서 치료하면 낫는다고 하면서 걱정할 것 없다고 하였다.’
문둥이가 된 그는 정처 없이 떠돌게 된다. 그는 이제 ‘인간 사회’에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어느 날 저녁 시골길을 걷다가 개구리 소리를 듣는다.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개구리 소리가 어릴 적 한글 배우던 아이들 목소리로 들린다.
얼마나 좋았던가! 부모님의 보호 아래 아이들과 한글도 배우고 들판을 마구 뛰어놀던 시절.
현대사회를 ‘핵개인의 시대’라고 한다. 문둥이 환자 선고를 받은 것도 아닌데, 우리는 핵(核)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
과거에는 대가족이었다. 커다란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주었다. 언젠가부터 핵가족이 되더니 이제는 핵개인이 되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이제 각자 살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인간 사회에서 내팽개쳐지는 사람이 있게 된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말하는 ‘호모 사케르’다. 추방된 존재, 노숙자 같은 사람이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가 없다. 우리는 어떤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