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4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 문정희, <남편> 부분
누구나 한 번쯤은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계약 결혼’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자식도 낳지 않으며, 서로에게 완벽한 자유를 허용한다.’
결혼이 서로의 사랑을 구속할 수 없다는 생각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중년 여성의 사례다. 그녀의 남편은 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크게 아프고 나서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더란다.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나? 자유롭게 살겠다. 당신도 내게 간섭하지 말고 애인도 두고 살아라.”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서 연애비용까지 받는다고 한다. 애인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많은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 형태로 가족을 이루고 있다.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어린 자식들의 양육인 듯하다.
아내들은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어떻게 할까? 시 ‘남편’의 시적 화자, 아내는 화들짝 놀란다.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부부가 자신들의 속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은 하얀 거짓말일까? 서로에 대한 예의일까?
부부 사이의 사랑과 전쟁은 자유로운 남녀가 이루어가는 사랑의 공동체에 의해 종식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