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2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 최승호, <오징어3> 부분
시인의 눈에 부부가 오징어로 보이나 보다. 서로 사랑한다면서, 부둥켜안으니 목을 조르게 된다.
왜 그럴까? 사랑은 서로를 숨 막히게 하는 것일까? ‘이상적인 부부의 조건’은 무엇일까? 두 가지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면, 한평생 부딪치게 된다. 부딪치는 게 안쓰러워 서로 부둥켜안으면, 서로의 목을 조르게 된다.
나는 남녀가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살아 있는 인문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하여 다들 확고한 자신의 가치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요즘 2030 공부 모임이 뜨겁다. 일요일 한낮에 그들과 시와 철학과 인생을 얘기하다 보면,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들은 지식 위주의 공부가 아닌 삶을 가꾸는 공부에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길을 되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생각해본다.
젊은 청춘들이 삶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각자 사랑의 길을 찾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두 번째 부부에게 필요한 건, 정반대의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같으면, 좋을 것 같지만, 결혼은 치열한 현실이다. 현실을 바탕으로 이상을 이뤄가야 한다.
남편이 이상주의자면, 아내는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남편은 항상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아내는 언제나 땅에 발을 굳건히 딛고 있다.
그 둘이 부둥켜안으면, 하늘과 인간과 땅이 하나로 이어진다. 우주목(宇宙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