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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Nov 13. 2024

마른 물고기처럼

 마른 물고기처럼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거리고 있었다,      


 - 나희덕, <마른 물고기처럼> 부분            



 ‘장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샘의 물이 다 마르면 물고기들은 땅 위에 함께 남게 된다. 그들은 서로가 습기를 공급하기 위해 침을 뱉어 주고 거품을 내어 서로를 적셔준다.’     


 언뜻 보면, 물고기들의 사랑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냉정해야 한다.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사랑이 아닌 것은 언제고 그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이렇게 말하지 말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애초에 사랑이 아니었다.     


 이어서 ‘장자’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강이나 호수에 있을 때 서로를 잊어버리는 것만 못하다. 적어도 물속에서는 살 수 있다. 두려움을 사랑으로 가장하기보다는 따로 떨어져 서로를 잊는 것이 낫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한, 자연은 맑디맑다. 자연 속에서 서로 유유자적 살아가야 한다.      


 강물을 다 오염시켜 놓고,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침을 뱉으며 견디는 게 사랑인가? 사랑은 서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두 사람만의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다. 천지자연을 다 품는 큰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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