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줄 당기기
여자중학교 운동장 한복판
화창한 봄날 아침
개 두 마리 줄 당기는데
(…)
정교장선생 근엄하게 주례사 읊는데
개새끼들 하필이면 개새끼들 하필이면
- 이재금, <개줄 당기기> 부분
견유학파(犬儒學派)의 철인 디오게네스가 아테네 광장에서 수음한 후, 배를 문지르며 한마디 했다고 한다.
“배고픔도 이렇게 배를 문질러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목표는 개(犬)처럼 사는 것이었다. 개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여자중학교 운동장 한복판에서 교장 선생님 훈화에도 아랑곳없이 개줄 당기기를 할 수 있으니.
그의 성행위는 여성이 없어도 쉽게 해결한다. 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배고픔만큼은 개를 넘어설 수가 없다.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를 먹어야(죽여야) 산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산다는 게 죄짓는 일이다.
그래서 원시인들은 사냥하기 전에 반드시 동물의 신에게 허락을 받고 사냥했다. 사냥한 동물을 먹은 후에는 경건하게 제사를 지내주었다.
디오게네스는 이러한 식의 욕구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고통을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성의 욕구 해결은 너무나 쉬운 것이었다.
그런데, 성욕이 자위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성욕은 해결되겠지만, 성욕이 승화한 사랑의 욕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세계시민을 자처했다. 그의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은 이성애(異性愛)까지 품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