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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2시간전

화장과 폭력 사이

 화장과 폭력 사이 


 속이 비었나봐

 화장이 진해지는 오늘이다.

 (…)

 색과 향이 있는

 대담한 사생활은

 그저 이것 하나뿐.     


 - 신달자, <화장> 부분            



 속이 비면 어떻게 할까? 여성은 화장하는 것밖에 없었을 것이다. ‘색과 향이 있는/ 대담한 사생활은/ 그저 이것 하나뿐.’     


 남성은 어떻게 할까? 권력의 화신(化神)이 되었을 것이다. 언뜻 보면, 권력의 화신들이 센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의 속이 비어서 그렇게 되었다.     


 빈 마음을 채우려다 보니, 각자 자신들의 습성대로 하게 되었다. 여자는 온순해야 해! 남자는 세야 해!     


 타고나기를 부드러운 남자인 나도 센 남자처럼 보이려 무지 노력을 했다. 태권도를 배우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다.     


 그렇게 살다 보니, 속은 점점 더 비워져 갔다. 내가 시를 공부하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면, 나는 점점 더 강한 남자가 되려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온 인류의 손가락질을 받는 히틀러도 처음에는 속이 빈 남자였을 것이다. 세상이 그의 빈 마음을 알아주지 않자, 그는 권력의 갑옷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세상이 속이 빈 사람들의 속을 채워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인간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충만함이다. 이것을 맹자는 호연지기(浩然之氣)라고 했다.          


 우주의 기운이 내 온몸에 가득 채워져 있는 느낌! 그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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