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꿈나라로

by 버베나

누군가 말했다.
어느 여름의 끝은
아픈 기억을 모두 모아 사라진다고
그래서 무더웠던 더위도 함께 저물어가는 거라고


철도 건널목 경보기가 울리고 차단기가 내려간다.
매미 소리가 들렸던가
눈에 다 담지 못할 기차 이음새
지면을 흔드는 울림이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차단기가 올라갈 때면
너에 대한 마음도 꿈처럼 단편적인 기억만 남겠지.


흘러가는 구름이 말하길
오늘은 빗방울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산을 펼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거리
붉게 철들지 않았던 나뭇잎이
바닥에 남아 작게나마 여름을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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