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앤
나는 이제부터 검은 머리 앤으로 살기로 했다.
티브이 안에서 웃고 있는 빨간 머리 앤처럼 내 머리털은 빨간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라서 난 검은 머리 앤이 되기로 했다.
앤은 부모님이 안 계신다. 난 엄마는 안 계시고 아빠는 계시지만 빨간 머리 앤처럼 차라리 부모가 없는 고아가 되어서 고아원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앤은 호기심이 많다. 나도 호기심이 많다. 접시물에 코 박고 죽는다는 속담을 읽고 정말 사람이 죽을까 궁금해서 접시물에 코를 박고 한참을 있었는데 코 만 맵고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앤은 상상력이 좋은 수다쟁이다. 상상의 세계는 흥미롭고 즐거워서 나는 수다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즐겁고 좋은 것은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어 진다.
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안다. 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곳에 살아서 좋다.
앤은 책을 좋아한다. 나도 책을 좋아한다.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내가 사람 같다.
앤은 외롭다. 나도 외롭다. 그래서 난 검은 머리 앤이 되기로 했다.
앤은 솔직하다. 난 솔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난 검은 머리 앤이 되기로 했다.
어린 시절 다짐대로 난 검은 머리 앤이 되어서 살고 있을까
피식... 가느다란 웃음이 새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