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웠다 황금들녘
황금 들녘을 좋아한다.
아침 햇살이 황금 들녘 위로 반짝이는 화려함을 좋아하고
저녁노을이 황금 들녘 위로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황금 들녘이 퍼뜨리는 냄새를 맡으면서 걸어가는 걸 좋아했다.
황금 들녘 사이사이 보이는 개구리풀도 좋았고 통통 뛰어다니는 메뚜기도 좋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좋았고 손끝에 닿는 까칠함도 좋았다.
뿌리만 남겨놓고 잘려나간 후 알갱이가 탈탈 털리고 나면 논밭 한가운데 켜켜이 쌓여있는 빛을 잃은 들녘도 좋았다.
풍성할 때 흔들리는 황금빛 물결의 왠지 모를 차오름을 좋아했고 초라하게 밑동만 남은 들녘의 스산한 바람의 물결도 좋아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왔을 때 내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어린이집 현관 앞 화분에 황금 들녘의 흔적 그 사이를 차가운 겨울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반가웠다. 어떤 흔적인지 알기에 괜스레 더 반가웠다.
넓은 들녘이 아니라 좁은 화분에서 자라난 벼는 어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을까
넓은 들녘을 보고 자라지 못하는 저 어린이집 아이들은 황금빛 모습을 알고 있을까
황금빛 껍질에서 하얀 속살을 찾아내는 기쁨을 알았을까
줄기에 품어놨다가 잘려나가면 뿜어내는 들녘의 냄새를 맡았을까
나의 어린 시절 황금들녘은 광활하고 아름답다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절에도 벼가 심긴 장소는 어디든지 황금들녘이다.
반가웠다. 황금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