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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지개를 켜기가 이렇게 어렵다

by 기억나무

하늘이 뿌옇고

바람은 뿌옇게 흐린 하늘을 헤쳐놓으려고 하는지 세차게 불고

햇빛은 차가운 바람을 온풍으로 만들고 싶은지 내리쬔다.

내 몸은 자연이 경쟁하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끝을 알 수 없는 자연을 내 작은 몸이 어떻게 다 감당을 할 수 있었겠는가

다 품어내지 못하던 내 몸은 기어이 탈이 나고 말았다.

몸에서 열이 나더니 눈으로 코로 열감을 내뱉듯이 물을 흘려보낸다.

흘리다가 막힌 곳을 뚫어내고 싶은지 재채기가 심심하면 치고 올라온다.

그만 좀 움직이라고 내 몸에 천근추 만근추를 달아놓는다.

이젠 내 눈 때문에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지

바람의 흔들림이 내 몸의 허우적 때문인지

햇빛의 뜨거움이 내 몸의 열감 때문인지도 헛갈린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이 봄의 기지개를 켜기가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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