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

어린 나무

by 기억나무

'꽃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고요 언제쯤 그대가 징검다리를 건널까 하며 가슴은 두근거렸죠'

갑자기 뜬금없이 예쁜 가사말 노래를 흥얼거린다

노래 부를 상황도 아닌데 예쁜 가사말을 흥얼거리는 나는 못났다.

어휴 왜 그랬니 라는 혼잣말을 하며 머리를 한 번 쿡 쥐어박는다.

예고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에 비 맞은 생쥐꼴이 되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것처럼 찰나의 순간 어떤 부끄러운 나의 모습이 나를 덮친다.

그럴 때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사도 잘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지금 나의 머릿속에 덮친 부끄러움은 철없는 내 모습이다.

방과 후에 친구집에 모여서 산수 숙제를 같이 하기로 했다.

빨강, 노랑, 파랑 가방들이 어깨를 맞대고 신발주머니는 허공을 붕붕 가르면서 바람을 일으킨다

보이지 않는 용광로가 흐르는 것 같은 한 여름의 뜨거운 골목길을 빨간 딸기 쭈쭈바로 식히면서 걸어간다.

쭈쭈바를 다 먹었을 때쯤 골목의 끝에 다다르고 짙은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 그늘밑 시원한 바람이 우릴 기다린다.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나무 그늘밑으로 빠르게 전진하던 걸음들이 조금씩 더뎌졌다.

우리보다 먼 저 시원한 그늘 바람을 차지한 사람이 있었다

양팔을 대자로 벌리고 한쪽 다리는 평상 아래에서 흔들거리고 누리끼리한 런닝고는 배꼽까지 둘둘 말려 올라가 있다 바람에 장단을 맞추듯 코 고는 소리가 들리고 한 번씩 깊게 푸우 뱉어내는 숨 따라 꼬리꼬리한 막걸리 멸치 비린내가 새어 나온다.

"저 사람 술주정뱅이 인가 봐" 나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간다.

친구들을 향해서 눈을 돌렸을 때 한 친구의 눈이 빨갛다.

앙다물은 입술에 걸쳐있는 빨간 쭈쭈바와 같은 색깔이 돼버린 친구 눈에서 땀방울 같은 액체가 흐른다.

더워서 땀을 흘린 것인지 모를 일이다.

왜 지금 그 친구의 빨간 눈자위가 생각났을까

그 친구의 기억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 가사처럼 예쁘게 왜곡되어 있으면 좋겠다.

용광로 같던 골목길을 해쳐 나와서 어려운 산수 숙제를 같이 해결한 동지로 기억해 주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작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