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나무
커스터드 크림 같은 것들이 어둡고 흔들리는 작은 구멍에서 흘러나온다.
마시고 남은 검붉은 보랏빛 와인이 마른 가지 여기저기에 쏟아진 것 같다.
생명을 잃어가는 앙상한 나무의 뿌리가 흔들리듯 호흡이 뱉어져 나올 때마다 요동이 일어난다.
그 요동조차 미약하고 힘겹다.
고통과 슬픔에 꺾어진 가지들은 회복하지 못하고 그 모습 그대로 말라버렸다.
물도 바람도 아무 소용없이 그렇게 메마른 가지가 되어 버렸다.
곧고 단단했던 예전의 모습이 그리워 한없이 따뜻한 온기로 어루만져도 딱딱하게 굳어진 가지는
온기를 품지 못하고 곧게 뻗지도 못한다.
수기가 있는 예전의 모습이 그리워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흘려도 말라버린 가지는
수기를 품지 못하고 먼지가 날린다.
메말라 버려서 앙상한 저 나무도 그 옛날에는 푸르고 빛이 났으리라.
튼튼한 뿌리로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견뎌내고 잎을 풍성하게 틔운 가지에는 생명들이 찾아들었으리라.
그 옛날의 영광이 사라져서 볼품없고 앙상한 나무라도 그 생명이 허락된 시간까지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참고 견뎌줘서 고맙다.
뿌리가 뽑혀 나가고 가지가 꺾이고 마른나무가 불에 사그라져간 그 자리에 또 다른 나무가 자라고 있으니
너무 서러워말고 아파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