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

깃대에 걸린 자존심

by 기억나무

정수리와 이마 라인의 머리카락은 백발이, 그 밑으로는 젊은 시절의 흔적처럼 보이는 갈색빛 머리카락이다.

동그란 하얀 얼굴에 하얀 주름이 지어져 있고 늘어진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회색빛이다.

주름치마 주름선 같은 입술이 달싹거릴 때마다 생존의 도구가 되어버린 앞니들이 보인다.

좁고 여윈 어깨를 따라 팔뚝이 있고 거기에 늘어진 채 붙어있는 살들은 손의 떨림을 따라 앞뒤로 흔들거린다.

떨리는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고무줄로 질끈 묶는다.

흔들리는 손끝에서 도망쳐 삐져나오는 백발머리카락들을 머리핀으로 고정시기면서

"시팔... 몸이 아프니 이것들도 말을 안 듣는구먼" 툭 내뱉는다.

바람 빠진 하얀 물풍선이 늘어진 듯 하얀 젖가슴은 겹쳐진 뽀얀 뱃살 위로 맞닿았다가 허리를 잠시 세우면 떨어졌다가를 반복하다가 늘어진 몸을 감당하지 못하는 허리의 연약함은 결국 젖가슴과 뱃살을 붙여버린다.

늘어지고 흔들리는 노쇄한 몸을 지탱해 줄 다리는 이 몸은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듯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한 때는 땅을 두 발로 서서 그 몸을 버텨냈다는 흔적을 보여주려는 듯 퉁퉁부어버린 발가락에 작은 발톱들이 가엾게 눌린 모습으로 빼꼼히 보인다.

그 어디에도 자존심을 깃대처럼 세우고 살던 여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늙고 노쇄한 몸으로 사는 여자는 여전히 자존심을 깃대처럼 세우고 살려고 하니 불안하고 위험해 보인다.

이제 그만 그 깃대에 위태롭게 걸어놓은 자존심을 접어 내려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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