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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봄날 잠시 행복

너는 부르지 않아도 오고 붙잡아도 가는구나

by 빛해랑

체력은 국력이다. 맞긴 한가 보다. 어제까지만 해도 "피로하다"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매일 걷고, 매일 읽고, 매일 쓰는 루틴이 버거울 때가 있다. 완벽이 아닌 완성의 마음으로 하루를 쌓아간다. 마음보다 몸이 지친다는 것을 느낀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몸을 따라간다. 그럴 수 있지 않은가. 인간은 때론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눈부시게 뚫고 들어오는 햇살도 외면하고 점심때가 다 되도록 쉬고 뒹굴었더니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체력이 보충되니 역시나 "한 발짝이라도 뒤가 아닌 앞으로 걷는 거야~!" 마음먹어진다.


오후에는 나가서 걸어야지. 운동을 좋아했던 젊은 날이 좋았다. 미친 듯이 운동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힘이 부치더라. 평일 운동하고 주말엔 쉬었던 운동이 지금은 평일 쉬고 주말에만.... 아직은 건강함에 감사하며 서글픈 감정을 흘려보낸다. 나이에서 오는 여유라도 채워본다. 아이들에게 하던 잔소리도 줄었다. 오히려 잔소리를 가끔 듣는 입장이 되었다. "엄마 오늘 운동은?" "엄마 대충 때우지 말고 잘 챙겨 먹어" "엄마 나이에는 한번 빠진 근육은 이제 붙질 않아" "잔소리 그만해라" "내 알아서 할 테니" 한마디 쏘아주지만 까칠하기만 하던 꼬맹이가 어느새 다 컸네. 싫지 않은 미소가 번진다.(속마음은 너나 잘 하세요다ㅋ)

"로이야 산책 가자~" 로이는 우리 둘째의 애지중지 강아지다. 태어난 지 두 달 됐을 때 전라도 광주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역으로 마중 가서 데려온 하얀 솜뭉치가 바들바들 떨던 모습이 선하다. 이제는 세 살이 되었고. 소중한 나의 산책 친구가 되었다. 엉덩이를 방실방실 흔들며 걷는 녀석이 귀엽다. 여름 날씨다. 벌써 더위를 걱정할 때가 오다니 꽃망울 터지는 봄이 시작 됐나 싶었는데 말이다. 시간은 또 이렇게 오고 가는 것인가 보다. 희끗하게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영 거슬린다.

세월! 너는 부르지 않아도 오고, 붙잡아도 가는구나! 그러니 반가워하지도 말고, 서운해하지도 않는 평정심을 가져야겠구나!

봄날 잠시 행복했으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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