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새벽, 비밀처럼 푸른 하늘을 날아왔다.
기척을 느낀 억새가 몸을 흔든다.
어제 내린 비로 물은 투명한 유리알이다. 고개 내민 작은 바위에 앉을까, 서늘한 물속에 두 발을 담글까. 떼 지어 노는 송사리 사이로 발을 내렸다.
길 위의 사람, 눈길이 느껴진다. 긴 목, 구름처럼 흰 깃털, 위태로워 보이는 내 두 다리에 멈춘다.
도도하고 싶은데 자꾸만 목이 꺾인다. 젖은 날개 끝이 파르르 떨려온다.
친구 하나 없이 서 있는 모습이 쓸쓸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도 살아가는 기쁨은 있으니. 광활한 자연의 주인으로 날아오를 때, 고요한 물속 작은 비밀을 알아챌 때, 해 뜨고 지는 수평선 너머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 벅찬 감정이 밀려오곤 한다.
이 순간 존재하는 건 오직 물과 나뿐, 비바람 걱정일랑 물 따라 흘려 보낸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정신줄 툭! 놓아버리는 행복을 맛본다. 한 번뿐인 오늘,
나는 지금 물멍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