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왼쪽 창문 바깥에 하늘 좀 봐" 딸 유이 말에 고개를 빼고 자동차 유리창 밖을 올려다보았다. 크고 둥근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퇴근 후 모처럼 가족과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운이 좋게도 슈퍼문을 본 것이다. 슈퍼문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뜨는 보름달이라서 크고 밝다. 무려 1년 2개월 만에 뜨는 큰 보름달이라고 한다. 10월 17일 8시 26분에 가장 크고 밝은 슈퍼문을 볼 것이라 했는데 우연히도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시간과 겹쳤다. 남편도 아이들도 말없이 각자의 시선으로 달을 보았다.
달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온종일 들 일을 하고 날이 어두워져서야 돌아오곤 했다. 마중 간 엄마 뒤를 졸졸 따라오다 보면 달도 따라왔었다. 달은 머리 위에서 함께 걷더니, 집에 다 와서도 여전히 머리 위에 있었다.
"엄마 달이 나를 따라와."
엄마는 달이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거라 했다.
"엄마 달 속에 그림이 있어."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어서 그래."
우스운 얘기지만 꽤 오랫동안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날이 저물었는데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 땐 마루 끝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며 달을 보았다. 가끔 슬픈 노래를 부르며 달을 볼 땐 눈물도 났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큰딸 유이는 유난히 달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 한때 꿈이 천문학자이기도 했다. 천체 망원경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었다. 기어이 별을 보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한겨울에 중미산 천문대에 올라가 추위에 떨며 달과 별을 보기도 했었다. 유성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유성 소식이 있는 날에는 가장 어둡고 깊은 산을 찾아가기도 했었다. 도시의 빛이 없어야 더 잘 볼 수 있다고 해서였다. 꿈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달을 좋아한다. 일식과 월식 소식에 흥분하고 엄마인 내게도 꼭 보라고 뉴스 기사를 찾아준다. 슈퍼문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이제는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와 함께 달을 본다. 달은 어린 나와 엄마, 그리고 딸 유이를 연결해 주는 듯 같다. 마치 동 시간대에 우리가 있었던 것처럼. 세대가 바뀌었지만, 기억의 다리가 되어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준다.
달을 보며 엄마를 추억하듯이 먼 훗날 유이도 오늘 하루의 행복했던 일상을 기억하겠지. 엄마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엄마와 함께 슈퍼문을 보며 행복했었지"라고 말이다.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 물으니 미소만 짓는다.
크고 빛나는 슈퍼문을 보았다. 특별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소중한 경험을 한 하루다. 작은 순간들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 함께 보고, 함께 웃는 순간들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고 믿는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잔잔한 감동이 스며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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