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참사에 관련있는 기관과 공무원들은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어떻든 자기가 관할하는 공사장에서 철거했던 제방을 임시로 복구한 부분이 터져 범람이 발생했다면, 정확한 원인과 책임이 가려질 때까지는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설령 잘못된 보도가 나오더라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진위를 확인하고 있는 언론에 대해 엄정대응이니 하는 표현을 하는 것은 미숙함을 드러내는 치졸한 대응일 뿐이다.
책임과 잘잘못에 대한 시비는 국조실이나 경찰 등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충분히 해명하고 증빙하면 될 일이다. 적지 않은 국민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데도 자기 살겠다고 언론을 겁박하며 바등대는 모습은 보기 흉하다.
억장이 무너질 유가족과 정부의 안전역량에 신뢰를 잃고 불안해 하는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심심한 유감 표명과 유가족 지원을 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 소상히 보고하는 일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지금은 사즉생(死即生)이라는 말뜻을 정말 되새김질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자신을 낮춰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그나마 살아날 수 있다. 시시비비를 잘못 가리다 국민의 분노를 사면 정말 사달이 난다. 더 크게 죽는 일만 남는다. 이태원 참사의 후유증이 아직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일이 자칫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특히 본인이 힘이 있다고 생각할수록 더욱 겸허하게 대응했으면 한다. 지금은 아주 오만해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각 기관이 서로 핑퐁질을 못하게 엄중 경고를 하고 모두 자숙하도록 단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상처받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