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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Jul 20. 2023

돌아가는 꼬라지

아침 길을 나서는데, 초등학교 담에 근조화환이 죽 늘어섰다. 어제 며늘아이가 1학년 담임선생이 교실에서 자살했다고 하더니... 마음이 아리고 가슴이 아프다.


어디까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문기사 댓글을 보면, 학폭 문제 때문에 학부모에게 시달렸다는데 아마 그 학부모가 권력자인 듯 하다. (오후에 학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2000년생으로 발령받은지 4개월 정도된 새내기 선생이 오죽 시달렸으면 집도 아니고 학교에서 목숨을 끊었을까. 젊은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다른 선생님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지 않나. 수해 실종자 찾으러 지원나간 젊은 청년 해병은 구명조끼 하나 지급받지 못하고 급류에 휩쓸려 가지를 않나... 참으로 딱한 세상이다. 


이웃들이 길 가다말고 생떼같은 목숨을 잃는 게 다반사다. 이태원 뒷골목에서 깔려 죽고, 동네 다리를 건너다 무너져 죽고, 지하차도에 넘쳐든 흙탕물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죽었다.


새로 짓는 아파트 건물도 무너지고 주차장도 무너지고 에스컬레이터는 거꾸로 달리고 온 세상에 부실이 넘치는데 비오는 중에도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는 게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꼬라지다. 이제 집에서 잠자다가 무너지는 콘크리트 속에 목숨을 맡겨야 할 지경이 되어가고 있다.  


권력이나 돈이 있으면 그래도 되나. 오늘 모 신문 대기자의 글처럼 이번 참사도 대충 지나가는 것 아닌가 싶다. 꽃다운 새내기 선생님의 억울함도 권력의 위세에 눌려 어둠 속에서 지워지고 말까.


현 정권의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권력자는 본인 관할의 공사장에서 임시로 만든 둑이 무너져 많은 목숨이 수장되었음에도 언론(결국 국민)을 향해 엄중 대응하겠다는 오만을 부리고 있는데, 그 꼬라지로 봐서는 지금 댓글에 달리는 민초들의 우려도 괜한 게 아닌 것 같다.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더 큰 재앙의 전조로 보여서 불길하다.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초기대응이 제일 중요하다. 그 초기대응 중의 하나가 피해자와 유가족 앞에 책임자가 진솔하게 사과하고 그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 잡아 위로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국가의 재난 대응 및 수습 역량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모든 게 초기대응의 핵심 중의 하나다. 


한 마디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라"로 요약할 수 있다. 복잡한 대응매뉴얼의 내용이 다 기억이 안날 때의 행동지침이 바로 이거다. 


이태원이든 오송지하차도든 정부책임자가 유가족들을 직접 위로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구청장을 보석으로 풀어주길래 이제 좀 참사를 수습하는 방안을 마련했나 보다 싶었는데... 하는 짓이 전혀 꽝이다. 여전히 구청장은 뒤로 숨어 유가족들은 만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관계자들 모두가 석방되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이태원 책임자들 모두가 석방되고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찰을 비롯한 이 나라 공직자들 모두에게 참사가 나도 별 게 아니고 그저 책임없다고 우겨대면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보증감(믿음)까지 주었다는 거다. 


참사 이후 밀물처럼 몰려들었던 언론의 관심도 이제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세상은 단 한 톨도 바뀌지 않고 각종 위험은 또 어디선가 그 크기를 키우고 있을 게다.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언제 우리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불안한 세상...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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