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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Apr 11. 2023

'정자교' 붕괴를 보면서

분당 정자교의 2021년 정밀안전점검 보고서 상의 손상사례


분당 정자교의 2021년 정밀안전점검 보고서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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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시행한 정자교의 '정밀안전보고서'를 세밀하게 읽어 봤습니다. 사진에 보이듯이 교량관리 상태가 형편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 이전 정밀점검에서 지적되었음에도 그대로 방치하고 보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시설물의 점검·진단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어서, 관리주체들이 점검·진단은 하지만, (기초세굴, 교각 부등침하 등 일부 결함 외에는) 언제까지 보수하라는 법적 의무가 없으니까 이렇게 방치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시·도 뿐만 아니라 시군구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장이 생색내기 좋은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느라, 시설물의 보수·보강에는 소홀하기 십상입니다.


정자교에서도 교량당 정기점검의 기본대가가 최소한 460만원을 입찰예정가격으로 산정해야 함에도 33만원만 지급하는 상상할 수 없는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것도 지자체의 예산 사정을 잘 살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갑질의 주체가 기술부서인지, 예산부서인지, 시·구 의회인지 또는 시장·구청장 등 기관장인지 명확히 따져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전국 지자체 등에 안전점검·진단에서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얼마나 조치를 했는지, 방치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그 현황을 조사해 보면 기가 막힌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느 지자체는 부서별로 예산상한(ceiling, 실링)을 정하고 그 안에서 모두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식으로 예산부서가 일방적으로 기술부서를 몰아부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안전불감증도 이 정도면 사실 중증인 거죠. 가족들에게 가장이 연간 병원비 정해두고 그 병원비 범위 내에서만 아프고 그 예산을 초과해서 아픈 것은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과 같거든요.


정말 아프면 예비비나 기금이라도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예방보수'는 말로만 있는 거지 사실상 이미 물 건너 간 겁니다. 말과 실제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 이번 사고가 그런 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선진국 처럼 우리도 하루 빨리 자산관리(asset management)에 눈을 뜨고 정책 결정자들이 예산과 인력 등의 자원을 정말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인프라와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고는 노후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의 인프라 실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고로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분당의 탄천에 설치된 교량이 동시다발적으로 폐쇄된 것에서도 알 수 있죠.


정부나 지자체가 여론 무마용으로 쉽게 지나가서는 안 될 겁니다. 왜냐하면 곳곳에서 유사한 사고가 빈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유럽, 미국, 일본 등이 먼저 겪어온 길이고,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인프라 노후화의 어두운 그림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라고 예외가 있겠어요.


왜 일본이 적어도 인프라 노후화 문제만큼은 미국처럼 안 되겠다고 총력전을 펴는지 우리도 겸허하게 살펴야 합니다.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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