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로 시작해 소크라테스로

역주행적이지만 서사가 있는

by nas

나에게 '데미안'이라는 책은 가히 성경과 같은 영향력을 가진 책이다.


그 책을 통해 니체를 알게 되었고,

그를 통해 철학을 탐독했다.


니체는 나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감은 아무래도, 양날의 검이었던 것 같다.


나는 니체를 통해 기존의 질서에 대한 허점을 봤고

그런 니체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하이데거의 말에 굉장히 불편함과 어떻게 해서든 이걸 반박하겠다는 오기를 가졌다.


형이상학을 비판한 니체를 형이상학을 완성시킨 사람이라고 하다니.


니체의 사상을 모욕한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도저히 반박을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든 반박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었다.


그때 느꼈다.


나는 깨어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 주위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은 법과 관행에 의지한다면, 나는 그저 니체에 의지한다는 게 다를 뿐.


내가 니체를 모욕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평소 나의 태도를 반성하고, 다른 철학자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니체가 가장 비판했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었다.


이 두 사람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소크라테스의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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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제자인 플라톤은 그의 죽음으로 엘리트주의를 선택했고, 소크라테스는 그 스스로의 죽음에서 자신의 삶을 마지막으로 평가하는 계기가 된 죽음 말이다.


여러모로 철학사에서 주요한 죽음이었다.


나에게 이 죽음 그저 죽음이었다.


그냥 무지했다.

후에는 민주정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민의 무지로 피폐해지는지, 그리고 공화정의 필요를 부각하게 되며 플라톤과 같은 인상을 받았고.


지금은 도망치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결단이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진리는 혼자 찾을 수 없다. 타자를 거울삼아야지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의무 혹은 채무가 있다.


나를 감싸고 있던 오만이 실체를 드러냈고, 나는 여기서 해방될 필요가 있다. 아니, 그럴 의무가 있다.


소크라테스처럼,


나는 나의 무지를 인정한다.

그리고 항상 물을 것이다.

나의 동료 시민들에게 문제를 제시하는 자가 아니라 의문을 제시하는 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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