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미슐랭 빕 구르망 5

잔 와인으로 로제와인을 시켜 보자.

by 신경한

Baca'v Boulogne par Emile Cotte

평일 점심

메인 단품 39유로


19유로 하는 오늘의 요리도 있는데 충동적 과소비를 했다. 메뉴에 적힌 Vol au vent, 바람 속을 나는, 멋지다.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에서 파리 최고 메뉴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주문했다. 옆에 cardinal (추기경)이라 쓰여있어서 왜인지 물었다. 원래 볼오방은 가볍고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 여러 재료를 채우는 음식인데 볼오방 카디널은 빨간색 랍스터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해산물과 검은 트러플, 닭 볏도. 바삭한 페이스트리의 식감과 크리미 한 소스, 다양한 해산물과 버섯들이 참 잘 어울렸다. 처음 먹어보는 닭 볏도 묘한 식감이었고. 이 정도 가격이면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 순환도로 조금 외곽에 있어 관광객들이 찾아가기 불편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O.S.E

평일 저녁

3코스 48유로.


오후 7시 대기 예약을 걸었는데 자리가 있다고 전화가 왔다. 전형적인 빕구루망 느낌. 전채는 참치 카르파치오, 메인은 생선, 디저트는 치즈 플래터를 주문했는데 음식과 실내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아뮤즈 부쉬가 입술 모양의 접시에 담겨 키스하듯 먹어야 하는 것도 독특한 경험. 잔 와인이 없어 병으로 시켜야 하는 게 단점이고, 서빙하는 직원들이 유쾌하고 친절한 것도 영어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좀 불편할 듯. 식사 후 조금 걸어가면 몽마르트 샤크레쾨르 성당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Capsule

평일 저녁

전채와 메인 38유로


테이블 위에 조그만 칠판이 놓여 있는데, 하얀 분필로 내 이름이 적혀 있다. 메인으로 시킨 생선도 좋았지만 전채로 나온 비트와 돼지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같이 씹는 식감이 아주 인상적. 영어 메뉴판이 없는 게 좀 단점이다.


미슐랭 레스토랑 실전 팁 4


와인으로 로제와인을 시켜보자.


보통 와인하면 레드, 그중에서도 카베르네 소비뇽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빕 구르망 레스토랑의 잔 와인 리스트에선 카베르네 소비뇽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탄닌이 강해 스테이크 등 몇몇 음식 외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잔 와인을 시킨다는 건 음식이 주연, 와인은 조연이라는 의미. 전채에도 메인에도 모두 어울릴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와인이 필요하다.


한번 상상해 보자. 산미가 강하면 입 안에 침이 고인다. 탄닌이 강하면 입안이 텁텁해진다. 그래서 탄닌은 약하고 산미가 강한 와인이 기본적으로 여러 음식에 잘 어울린다.


그래서 산미 강한 화이트 와인이 좋은 선택이다. 저렴한 걸로. 가격이 비쌀수록 오크 숙성을 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럼 개성이 강해진다. 개성이 강하면 아무랑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 레드 와인을 좋아한다면 탄닌이 약한 피노 누와 혹은 그르나슈를 주문하는 게 좋고.


개인적으로 적포도를 화이트 와인 방식으로 양조한, 로제 와인이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약간의 탄닌과 함께 상큼한 산미를 지녔기 때문. 게다가 핑크빛 색깔로 음식과 함께 찍었을 때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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