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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은 왜 ‘극한의 IoT’인가?

센서→데이터→전략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속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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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포뮬러 원(F1) 레이스는 시속 300km를 훌쩍 넘기는 극한의 속도와 코너마다 발생하는 과감한 추월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차량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감각이 경기의 승패를 가른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F1 컨스트럭터와 드라이버들의 경쟁은 트랙 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한 이루어진다.

F1 차량 한 대에는 무려 300개가 넘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각 센서들이 단 한 번의 레이스를 통해 얻어내는 데이터는 수백 테라바이트 이상이라고 한다. 차량이 레이스를 달리며 얻는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의 개념이 아닌, 레이스 도중에 쓰이는 전략의 근거가 된다. 센서들의 데이터를 종합해 실시간 밀리초 단위로 분석하고 차량과 서킷, 그리고 드라이버가 최적의 교집합을 낼 수 있도록 팀별 전략에 반영된다.

F1에서는 ‘차량과 드라이버의 전쟁’뿐만 아니라, 그 뒤에서 최고의 결과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실시간 데이터 해석 전쟁’도 함께 일어나는 것이다.


1. IoT란 무엇인가?

IoT(사물인터넷)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센서가 탑재된 물리적 대상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수집, 전송, 처리 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물리적 대상의 데이터 네트워크이다. 분야마다 어떻게 구현되는지 그 디테일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센싱, 연결(통신), 연산/의사결정, 피드백(제어·운영)의 구조를 갖고 있다.

F1 또한 IoT 기술의 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산업군과 달리 F1 속 IoT 기술의 독특한 점은 데이터 네트워크가 밀리초(ms) 단위로,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고온·고진동 등 극한의 환경에서 일어나며, FIA의 규정과 표준화 체계 속에서 돌아간다는 점이다.


2. F1 차량 내 센서의 종류

F1 차에는 수백 개의 센서가 여러 층으로 배치된다. 그렇다면 어떤 목적을 갖고, 어떤 종류의 센서가 배치되어 어떤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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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동역학(Dynamics) 센서가 있다. 동역학 센서는 휠 속도, 가속도·자이로(roll/yaw/pitch), 서스펜션 스트레인 등 다양한 차량의 움직임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한 데이터는 서킷이나 환경에 맞춘 차체 밸런스 수정, 코너링 전략 등을 수립하는데 사용된다. 극한의 속도로 달리던 차가 급감속을 하고 코너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빠져나가야 하기에 동역학 센서를 통해 코너에서 차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확인한다.

두번째로는 공기역학(Aero) 센서이다. 공기역학 센서는 표면 압력, 피토 튜브, 유동(속/압) 등 수치를 바탕으로 레이스카의 공기 흐름 패턴과 다운포스 등을 예측하고 어떻게 공기 흐름을 조작해 주행 속 차량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전략을 수립한다.

세번째로는 파워 유닛(PU) 센서이다. F1 차량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엔진, 즉 파워 유닛은 극한의 출력을 내는 만큼 민감하다. 파워 유닛 내 배기나 냉각 온도, 연료 유량, 하이브리드(ERS) 입출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발열과 유닛 한계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레이스 내내 최상의 결과를 내며 파워 유닛에 무리를 주지 않는 효율을 최적화한다. 데이터를 통해 가능한 최고의 출력과 신뢰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네번째로는 타이어/브레이크 센서이다. 타이어가 얼마나 그립감이 있고, 마모되었는지 또한 기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에 접지(그립) 온도 분포, 마모 지표, 디스크/캘리퍼 온도 등을 통해 브레이크와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고 최적의 전략을 구성한다. 또한 해당 타이어로 레이스를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피트스탑 시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다섯번째로는 드라이버 입력과 관련한 센서들이다. 스티어링, 브레이크 압, 가감속 페달 포지션 등 데이터를 수집하여 드라이버의 주행과 관련한 전략을 구성한다. 서킷을 주행하는 드라이빙 라인과 주행 리듬을 정량화해 속도 손실을 막고 최적의 주행을 이룰 수 있게 보조한다.

수량과 데이터량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출처별로 이견이 있으나, 포브스는 차량당 300개 전후의 센서, 레이스당 수백 TB급 데이터를 얻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통합되어 차량의 현재 상태를 즉시 전달한다. F1 레이스에서는 차가 달리면서 자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팀에 전달하고, 팀은 그 말을 즉시 듣고 바로 판단해 레이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3. 데이터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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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에서의 데이터는 실시간 무선 통신(텔레메트리)을 통해 차량→피트월 엔지니어→팀 본사 전략센터 로 이어지는 다중 노드 구조를 띈다. 여러 팀의 본사와 가까운 유럽 그랑프리 등 근거리 환경에서는 10ms급 지연으로 사실상 즉시 도착하고, 일본·호주 등 원거리 원정(Flyaway)에서는 수백 ms급 지연으로 증가한다. 이런 지연의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밀리초 단위로 들어온 신호가 ‘바로’ 의사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현장 피트월 엔지니어는 ‘지금 당장’ 차량과 레이스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한다. 본사는 더 많은 인력과 컴퓨터를 통해 레이스와 차량 예측 모델을 시뮬레이션하고 전략을 비교한다. 상위권 컨스트럭터들은 트랙 외부에 원격 운영/전략 센터를 두고, 연습 주행(프렉티스) 데이터가 들어오는 즉시 시뮬레이터·디지털 트윈을 재보정한다. 메르세데스의 공개 사례에 따르면 시뮬레이터가 텔레메트리를 받아 예선/본선 전에 셋업을 재탐색하는 방식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한다.

즉, 드라이버가 “차가 미끄러지는 느낌”을 느끼고 말하기 전에, 팀은 이미 왜 차가 미끄러지는지 알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짜놓는 것이다.


4. 일반 IoT와 F1 IoT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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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IoT는 편의를 위해, 초~분 단위로 데이터를 얻어 의사결정을 하고, 약간의 오류는 감수하며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인간의 사후 분석을 통해 데이터가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F1 속 IoT는 속도, 승리, 생존을 위해 밀리초 단위로 데이터를 얻어 즉시 의사결정을 한다. 약간의 오류는 랩타임 손실로 이어지며 결국 패배로 이어질 수 있고, 센서들은 고온, 고진동, 높은 하중과 충격을 버틴다. 인간은 실시간으로 전략을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F1은 ‘측정 → 판단 → 행동’이 모두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최적화된 IoT 시스템이다. 트랙에서 달리는 것은 차지만, 그 차를 움직이는 것은 데이터다.


참고자료 출처

fia_2026_formula_1_technical_regulations_issue_8_-_2024-06-24.pdf

https://www.mercedesamgf1.com/news/feature-data-and-electronics-in-f1-explained?utm_

https://www.racecar-engineering.com/articles/how-data-works-in-formula-1/?utm

https://www.forbes.com/sites/bernardmarr/2023/07/10/how-artificial-intelligence-data-and-analytics-are-transforming-formula-one-in-2023/?utm

https://www.rockingrobots.com/digital-twins-and-simulations-how-mercedes-f1-uses-virtual-technology/?utm


작성자: ITS 28기 김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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