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의 햇볕이 쨍쨍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본격적인 여름의 전형이다.
얼마 전부터 남편은 보리밥을 해 먹자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안 해주고 있었는데, 2주간 혹독한 감기 앓는 걸 보고, 입맛이 돌 무언가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며칠 전 들어오는 길에, 뜨거운 땡볕을 마다하고 열무김치 맛집에 들러, 열무김치 한통을 샀다. 직접 담가서 해주고 싶었으나,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언제 담가서 먹나 싶어, 아는 맛집에서 사 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그 열무김치가 왠지 자꾸 눈과 입에 삼삼하다.
주말 아침!
보리쌀을 충분히 불려서 밥을 짓고, 감자와 호박, 표고버섯, 알배춧잎 몇 장을 뜯어 넣고, 된장을 보글보글 끓였다. 열무김치 한 사발을 듬뿍 담아 아침상을 차렸다. 된장 몇 국자와 열무김치를 듬뿍 떠 놓고, 쓱쓱 비벼 한 입 넣어 오물오물거려 보니, 캬~ 이것이야말로 진정 여름의 맛이다.
남편도 맛있다를 연발하며, "그래 이 맛이야!" 잃은 입맛을 찾은 듯 표정이 밝다.
보리밥의 뜨겁고 쫄깃한 식감과, 잘 익은 열무의 시원한 아삭함과 새콤함이 구수한 된장과 순하게 어우러진 맛! 앗! 이러다 두 그릇도 먹을 것 같은 기세다. 나는 보리밥도 열무김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어찌 된 일인지...
'열무김치가 이렇게 맛있었나?' 이상한 일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곰곰 생각해 보았다. 문득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양념맛을 알아간다는 것인 것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부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양념맛을 모르겠는 나,
남들 넣으니 넣는다뿐... 실상은 굳이 마늘을 넣어야 할까? 파를 넣어야 할까? 양파를 안 넣은 맛이 더 나은 것 같은데.. 등등 안 넣고도 많이 해 먹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확연한 차이를 느낀다. 양념의 맛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열무김치도 그런 유형 중에 하나다. 남들이 맛있다 하는데, 이 설컹설컹 씹히는 풋내 나는 푸성귀 줄기가 뭐가 맛있다는 걸까 이해가 안 갔는데, 이렇게 더운 날, 뜨거운 보리밥 한 그릇 위에 된장국을 몇 술 떠 넣고, 잘 익은 열무김치를 듬뿍 얹어 먹는 그 시원함과 아삭한 맛의 정의를 비로소 알겠다. 이 중독되는 맛에, 저녁에는 사다 놓은 콩국에다 국수를 조금 삶아 넣고, 열무김치와 먹어야겠다. 별미일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금방 금방 푹푹 줄어드는 열무김치를 보며 아쉬운 입맛을 다신다. 다음 주에는 열무랑 얼갈이를 한 단씩 사다 맛있는 열무김치에 도전해 봐야겠다.
여름의 맛, 열무김치 만세!
#열무김치 #보리밥 #된장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