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헌 초록의 기록

강릉 오죽헌 초충도 화단 연밥

by 이팝

여름의 절정을 지나 찾아간 강릉, 오죽헌!


조선 성리학의 대가이자 철학자이며, '십만양병론'을 주창한 위대한 정치가였던 율곡이이선생과 그 어머니 신사임당의 유적이 남아있는 오죽헌을 둘러보면서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그곳을 배회하듯 산책하며, 그 삶의 기록들이 결국은 자연과 닿아 있음을 주변의 풍광을 보며 깨달았다.


특히, 난생처음 본 풍경은 오죽헌 초입에 신사임당을 기린 초충도 화원의 연밭이다. 가지, 오이, 수박, 맨드라미등을 동그랗게 작은 화단으로 가꾸어 놓았는데, 그 가운데로 연밭이 있다. 그리고, 연잎 사이사이 남겨진 연밥들이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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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여전히 선명하지만, 꽃은 지고 씨앗만이 남아 있는 모습은 실로 진풍경이다.

연초록 물방울을 머금은 연잎들은 마치 작은 구슬들을 흩어 놓은 듯 반짝이고, 간간한 바람에 서로의 어깨를 기울인다. 연꽃은 많이 보았지만, 연밥이 있는 풍경은 처음 보는 나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화려함보다는 담백하고, 고요한 여운이 마음에 일렁인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감동이다.


처음 보는 진풍경에 사진을 여러 번 찍고도 그 감흥이 가시지 않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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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건만, 그 새로움을 오늘에야 발견하다니...

이것이 여행의 발견이자 선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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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밥 속 구슬처럼 반짝이는 연꽃씨를 보며, 이것 또한 내년의 새로운 꽃을 피울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나의 작은 기록 또한 언젠가 또 다른 시작의 준비가 될 터이다.


강릉에 반가운 단비가 내려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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