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카사 밀라'와 우아한 산책거리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건축 박물관 '그라시아'와 '람블라스'거리

by 이팝

오늘은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날!

낯선 곳이라 각성이 되어서인지, 나답지 않게 새벽이면 눈이 번쩍 떠진다. 빠진 것이 없는지 꼼꼼히 짐을 정리하고 사용하던 것들을 깨끗하게 정리해 제자리에 두었다.


아침은 마제스틱 호텔 조식을 먹어 보기로 했다.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길래...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 앉아, 조용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뷔페 형태의 음식들 외에도, 즉석에서 조리해 서빙하는 가벼운 음식들도 있다. 나도 그중 하나를 주문해 보았다. 글쎄... 특별한 맛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었다. 뷔페처럼 차려진 곳에는 맛있는 여러 종류의 빵들, 수제햄, 이베리코 하몽, 치즈, 올리브, 연어, 신선착즙주스와 과일, 요거트, 벌꿀집 등이 있다. 베이커리 종류가 다양하고 많은 편인 것 같다.


오늘의 셰프 스페셜 조식 메뉴

재료들은 다 신선하고 맛있었다. 특히 요거트, 여기서도 조용히 두 개를 먹었다. 확실히 맛있다. 요만큼 먹고 가격을 치르기엔 너무 아쉬움이 남았지만, 대신 눈으로 많이 먹었다.


마제스틱 스크램블 에그와 뷔페음식


체크아웃을 하는데, 숙박비는 한국에서 다 결제하고 왔지만, 이곳에는 관광세라는 게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카탈루냐 지역세와 바르셀로나시 할증료가 더해져서 1인당 몇 박수에 곱해져 계산되어 있었다. 전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문틈 아래로 안내 서류가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아마도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오다 보니 거리청소나, 쓰레기 처리, 치안 유지비용 등 공공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관광객이 직접 부담하게 하나 보다. 정산을 마치고, 짐보관 서비스에 짐을 맡기고, 오전은 카사 밀라와 람블라스 거리를 다녀오기로 했다.


바르셀로나 마제스틱 호텔





자! 관광세도 내었고, 바르셀로나의 매력을 사진으로 듬뿍 담아 볼까나...


호텔에서 천천히 5분쯤 거리에 안토니 가우디의 걸작 '카사 밀라(Casa Mila)'가 있다. 건물색이 모래색 같다. '라 페드레라(La Pedrera, 채석장)'라고도 불렸던 직선이라고는 없는 석조 건물이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고 말했다. '카사 밀라'에는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다. 모든 외벽과 내부는 부드럽게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이어져 있다.


전날, 몬세라트를 다녀온 후 봐서 그런지 높은 바위산, 그리고 물결치듯 흐르는 선들이 병풍 같던 몬세라트 풍경을 많이 닮아 있었다. 실제로 가우디도 몬세라트를 많이 갔었고, 그곳에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옥상에는 영화'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에 영감을 주었다는 기묘한 굴뚝들이 마치 투구 쓴 기사들처럼 쭉 늘어서 있다. 가우디의 마음을 그 누가 알까.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가 화폭 속에 숨겨둔 비밀 사인처럼...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여행자들의 방문 명소가 되지만, 건축 당시에 건축의뢰자와 갈등이 많았던 건물이었다.


물결치는 곡선의 마법 같은 카사 밀라 외관


태양의 빛을 따라 유연한 흐름은 햇살의 밝음과 그림자의 명암을 엇갈리게 만들며, 자신의 존재를 더욱더 부각시키는 듯하다. 부드러운 선에 엣지있는 별들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한 땀 한 땀 돌(사암)을 깎아 하나씩 다듬어서 큐브처럼 곡선 설계에 맞게 배치했다. 현재는 옥상을 포함해 3개 층만 개방한다.


돌을 부드러운 선을 맞추어 깎아서 한 장씩 이은 자국들, 엣지있는 카사 밀라의 별들






물결 같은 '카사 밀라'를 등지고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우아한 대로인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가 펼쳐진다. 양옆으로 늘어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이 터널을 만들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볕이 바닥의 육각형 보도블록을 비춘다. 이 보도블록도 가우디가 디자인한 바다 생물 문양(불가사리, 암모나이트, 해조류 등)이라는 사실이 이 도시가 얼마나 작은 디테일에까지 예술적인지를 보여준다. 소소한 일상의 조각마저 예술이 되어 버린 그라시아 거리.



길 중간중간 놓인 가로등 겸 벤치도 멋지다. 이런 곳에 에스프레소 한 잔 들고 잠시 앉아, 지나가는 전 세계 관광객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활기찬 발걸음, 사진 찍는 모습들, 어떤 사연들을 안고 떠나와서, 어떤 위로와 감동을 안고 돌아갈지 문득 그들의 여행이 궁금해진다.


이 나무는 왠지 오렌지 나무일 거 같다.



길 왼쪽으로는 세계적인 명품 숍들이 화려한 쇼윈도를 뽐내고, 오른쪽으로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특히, '카사 바트요'는 형형색색의 유리 파편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보석 상자처럼 빛난다.


밤에 보는 모습과, 낮에 보는 모습이 또 다른 '카사 바트요'


밤에만 보다 낮에 보니, 또, 새로운 모습들이다. 바로 옆 이웃건물인 '카사 아마트예르'는 건축가 푸이그 카다팔크의 작품으로 '카사 바트요'의 곡선과 대조를 이루는 직선을 사용한 고딕 양식이다.


'카사 바트요'의 옆집 '카사 아마트예르'

바르셀로나는 발코니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길 양옆을 늘어선 건물들에는 대부분 발코니가 있는데, 그 모양과 장식들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특히, 화려한 꽃무늬 장식이 정교하게 조각된 원형 발코니가 있는 '카사 예오 모레라'는 '꽃의 건축가'라는 카탈루냐 모더니즘의 거장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가 기존에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설계하였다고 한다. 와~ 탄성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줌인해 보니, 그 모양 하나하나가 지극히 섬세하고 아름답다. 과히'꽃의 건축가'로 불릴만하다. 무심히 거리를 걸으며 주변 건물 구경만 해도 몇 시간이 훅 지나갈 것 같다.


기둥의 섬세한 꽃장식 조각, 놀랍다~


조셉 푸치 이 카다팔크'의 '카사 테라다스(뾰족한 탑들의 집)'


대로에 마침 시티투어 버스가 지나간다. 종류가 많은 가보다. 볼 때마다 다르다. 색과 디자인이 다르다.



세계 문화유산인 건축 작품들을 무심히 걷다 만날 수 있는 그라시아 거리!

산업혁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자본가들이, 유능한 건축들에게 의뢰했던 집들이 경쟁을 이루며 지어졌고, 그 건축물들은 유명세를 떨치며, 세계의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으며, 그 주변은 명품 매장특급호텔, 레스토랑으로 즐비하다.


눈을 뗄 수 없는 그라시아 거리의 멋진 건축물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카탈루냐 광장까지 왔다.






그라시아 거리의 끝에서 마주하는 ‘카탈루냐 광장(Plaça de Catalunya)’은 모든 길이 시작되는 '바르셀로나의 심장' 같은 곳이다.


이 광장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크기 때문이 아니라, 이곳에 서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오른쪽으로는 세련된 상점들이, 왼쪽으로는 람블라스 거리가 광장과 항구를 이어주고, 정면으로는 미로 같은 고딕 지구가 펼쳐진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이자, 식당 상점 시장등이 함께 섞여 있다.


카탈루냐 광장


광장 중앙 한쪽에서는 시위대가 시위 중이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비둘기 떼와 장난을 치며 깔깔거린다. 비둘기가 엄청나게 많았다. 도시에 잘 적응한 도시새답게 옆으로 휙휙 날아드는데 나는 움쭐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또 한쪽에서는 이상한 분장을 하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사진을 찍자며 다가온다. 빨리 지나가야겠다.



또, 주변의 조각상들은 이 도시의 역사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조각가 프레데릭 마레스(Frederic Marès)의 작품 - '바르셀로나(Barcelona)'


자치 독립에 대한 바르셀로나 시민의 염원이 깃든 카탈루냐 광장에 무심히 서있는 기념비다. 자세히 보니, 카탈루냐 분리 운동의 지도자 '프란세스크 마시아 기념비'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수난의 파사드'를 만든 '수비라치'의 작품이다.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이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곳,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이다.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Josep Maria Subirachs) - 프란세스크 마시아 기념비 (Monument a Francesc Macià)


'조셉 푸치 이 카다팔크의 건축물 '카사 피치 이 폰(Casa Pich i Pon)'



광장 한편에 자리 잡은 ‘엘 코르테 잉글레스’ 백화점은 으리번쩍하다. 9층 카페테리아에 올라가면 광장 전체와 저 멀리 티비다보 산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이 기다리고 있다나.


에스파냐 은행의 바르셀로나 지점 건물, 카탈루냐 광장 근처의 랜드마크 건물들


바르셀로나의 동맥이라 불리는 '람블라스 거리(Las Ramblas)'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항구까지 이어지는 약 1.2km의 이 길은 지중해의 바람을 맞으러 갈 수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활기차고, 가장 시끄러우며, 꽃집들의 진한 향기와, 거리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시장의 활기가 넘치는 길이라고 한다.


그런데, 겨울에, 그것도 아침이다 보니 아직 그 활기를 확인할 수 없다. 지난번 방문했던 보케리아 시장까지 오니 그 이후의 도로 길은 중간중간 공사 구간이 너무 많고 삭막하다. 기차 시간도 있고 하니 여기서 접고, 돌아가자.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감흥은 넘쳐흐른다.


바르셀로나 왕립 과학 예술 아카데미건물에 위치한 '폴리오라마 극장'(왼)


갔던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길에 만난 아디*스 플래그쉽 스토어의 바르셀로나의 전설 '리오넬 메시'와 스페인의 신성 '라민 야말'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다. 축구에 진심인 스페인, 그리고 바르셀로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건축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유를 잘 보여 주고 있다. 화려한 명품 거리와 고풍스러운 건물이 함께하는 바르셀로나!

세련된 도시의 낭만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이제 서서히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매혹적인 아름다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호텔에 들러 짐을 찾고, 산츠역을 향해 떠난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디오스! 바르셀로나~'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