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앞으로의 평균 기대 수명은 120세라고 한다. 환갑잔치를 하던 나이 60세가 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시대를 사는 나에게 조직을 떠나는 것은 두렵지만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 '진심', '열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나름 생각하지만 나는 융통성이 부족하고 소통 시 상냥함이 부족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극 효율충이 되면서 뭐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돈을 받는 전문가는 그에 상응하거나 넘어서는 가치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감정 소통에 소홀해졌다. '일'적으로는 전문가로 보일 수 있으나 '사업가'로서는 한 참 부족한 이런 내가 조직 생활을 접고 개인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수천번의 고민이 있었다.
사업가로서의 자신은 여전히 없었으나 조직에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머리도 커졌다. 경험적으로 배울 것이 없으면 위에서 내려오는 일보다 자꾸 내가 지휘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꿈틀대었다. "나는 일만 성실히 하지 사람과의 관계, 소통, 그리고 숫자나 마케팅까지 사업가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이 부족한 사람이잖아." 라며 꿈틀거리는 마음을 수 차례 눌렀었다. 그러다 더 이상 눌러지지 않는 순간이 와 버렸고 개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람이 어디 변하랴. 생존이 걸려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융통성이 부족하고 고객보다 열정과 효율에 더 집착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거나 소통 시 기쁜 대화보다는 부족함을 알려주는 대화가 많은 것 같다. 고객이 떠나더라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는 것이 나의 진심인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는 진심을 가장한 나의 속풀이 인지 매일 헷갈린다.
혹자는 창업은 '가장 자신다운 일'을 하는 것이라는데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도 나는 여전히 아마추어 같다. 근무 환경과 형태는 여러 번 바뀌어 왔지만 한 분야를 20년 가까이 지속해 오고 있는데도 나는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자꾸만 새로운 나를 만난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 '나'는 참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