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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키 Aug 13. 2022

Trade-offs

퇴사의 끝자락에서 

퇴사의 끝자락에서

" Enterpreneurs are simply those who understand that there is little difference between obstacle and opportunity and are able to turn both to thier advantage.

- Niccolo Machiavelli -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위기가 건강한 기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퇴사면 퇴사지 끝자락은 무엇일까? 가 궁금해서 글을 클릭하신 분이 있으실까? 경험상 조직에 필요한 사람일수록 퇴사는 입사만큼의 전략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경력직의 이력서와 인터뷰가 달라지듯이 연차가 쌓일수록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퇴사 전략도 달라지게 된다.


사회 초년생의 퇴사는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퇴사하는 입장에서도 협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도 않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Entry 레벨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기에 쿨한 굿바이가 신속하게 진행된다. 1년 에서 3년 정도 근무를 한  실무 담당자들도 아쉽지만 대체가 가능하기에 헤어짐이 수월한 편이다. 3년 이상이 되면 중관 관리자 이상이거나 인재인 경우가 많다. 해서 이때부터의 퇴사는 직원 입장에서는 연봉협상 시기 좋은 근무조건에 대한 '협상카드'가 수도 있고 직장에서는 이에 해당되는 직원이 정말 떠나게 경우 붙잡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게 된다. 정말로 퇴사할 마음이 있는 경우 카운터 오퍼가 아주 매력적이지 않는 마음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기에 퇴사 의사를 알린 진행되는 미팅에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했다.


물론 퇴사는 내게도 늘 어려운 결정이다. 이직이 잦은 편이긴 하나 나는 안정지향을 추구하기에 오랜 프리랜서 생활을 접고 조직생활에 어떻게든 나를 맞추려고 4년 가까이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랬기에 누구에게나 극상으로 도전적일 수 있는 높은  퇴사율과 불안정한 경영구조의 조직 속에서 도 '몇 분기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해가 바뀌면, 수장이 바뀌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맡은 일에 집중하면서 그간 버텨냈었다. 나라고 힘에 부치지 않거나 토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퇴사할 마음이 없었기에 부정적인 생각은 빨리 털치고 병가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체력관리에 집중했었다.  그러나 나의 체력도 마음도 시간만큼이나 유한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자 버텨내기에 한계가 왔다. 퇴사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해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상부 보고를 통해  지원 요청을 했다. 일부는 받아들여졌지만 가장 중요한 조직 체계는 아무리 훌륭한 리더가 부임하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바뀌지 않았다. 감정적인 서운함은 시간과 함께 옅어졌다. 하지만 해를 거듭해도 잡히지 않는 조직체계는 관리자들에게 끊임없는 업무 과중으로 돌아왔다. 주말의 하루는 침대에 등이 떨어지는 시간이 얼마 안 될 정도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고 나의 마음을 회유하기 위해 여러 리더분들이 면담 요청을 하셨다. 감사한 제안도 있었고 왜 이제야 하는 안타까움과 서운함도 있었다. 모든 걸 다 떠나 결국 내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매일 당장 부딪혀야 하는 업무의 강도와 폭이었다. 윗분들과 여러 차례 면담을 하면서 퇴사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감정적인 순간의 결정이 아니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포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와의 교환이라는 마음으로 최종 결정을 알렸다. 그리고 어제 또 다른 리더분이 면담을 요청하셨고 내게 말씀하셨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승진을 제안하셨다. 연봉은 역으로 제안을 달라는 말씀과 함께. 비슷한 제안을 예전에 다른 리더분이 주셨으나 새로운 수장이 조직에 합류하며 성사되지 않았기에 순수하게 감사한 마음보다는 당장 급하게 메꿔야 할 구명에 대한 대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인성 님의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에서 직원에 대한 존중에 대한 구절이 떠올랐다. 대 다수의 직원들은 애사심이나 직업적 소명보다는 다른 대안이 없어 그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것. 그렇기에 이 직원들과 함께 일을 잘해나가려면 존중을 해 줘야 한다는 것. 미팅이 거듭되면서 윗분들의 말씀과 달리 나에 대한 존중보다는 회사의 불 끄기가 급한 게 더 선명해졌다. 이미 나는 마음을 굳혔고 떠나는 입장에서 과감한 새 계약조건을 보내드렸다. 결정권은 조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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