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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웅남녀 그리고 페미니즘

by 윤해



2024.02.08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인간과 문명을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본능에 익숙한 감정과 배움에 충실한 이성만큼이나 그 간극이 크다.

원시바다가 명왕누대를 거치며 안정되다가 시생누대에 들어와 생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서 생명을 키웠듯이 불로불사를 포기한 해당계 세포가 미토콘드리아와 결합하여 성의 분화를 통한 생식과 번식으로 나아간 결정의 증거가 지구 생명체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우리 생명의 역사는 늘 자웅이다. 레이디 퍼스트가 단순히 서양 신사도 정신의 문화가 아니고 40억 년 지구생명의 역사는 암컷이 수컷에 우선하는 역사다. 시생누대의 바다를 닮은 자궁 속 양수가 열 달 동안 우리를 키워 밖으로 내어 놓듯이 생명계의 역사는 암컷의 자궁이 주인공이지 곁가지 같은 수컷은 황홀하게 씨를 뿌리고 홀황하게 사라지는 부나비 같은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이 수십억 생명계 역사에서는 자웅이라는 말이 대변하듯이 암컷은 수컷보다 우위에 있었으며 아이와 같이 알맹이 같은 존재이며 수컷은 그 알맹이를 보호하는 껍데기 같은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러한 생명계 역사에 있어 초유의 반동이 가부장을 앞세운 인류의 농업혁명이다.

농업혁명으로 단숨에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우리 인류는 문명을 일으켰고 그 문명은 가부장이라고 하는 확실한 남성중심의 사회를 만들었고 비로소 수십억 생명계 역사에서 자웅을 가리고 남녀를 만들어냈다. 즉 농업혁명 이후 인류가 만들어낸 공동체는 자웅 즉 여남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남녀라는 남성우월주의의 길로 나아간 결과가 문자로 기록된 우리의 역사다.

정반합이라는 원리에 입각해 지구 생명의 역사를 비추어 보면 농업혁명 이후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 역사는 보잘것없고 일천하기만 하다. 여전히 가정의 중심은 여자인 안 해에게 있고 가부장 남편은 안 해를 보호하고 부양하기 위해 시지프스의 노동을 묵묵히 감내하는 모습이 남성우월주의 가부장 세상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음이 의아스럽겠지만 생명의 역사를 둘러보면 이는 너무나 보편적 원리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반동으로 일어나는 페미니즘의 바람을 겪으면서 애틋한 마음으로 아들을 바라보지만 수십억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자웅이 남녀로 바뀐 것은 삼일천하 아니 삼초 천하 아니 찰나 천하에 불과함을 절감하며 찰나적 순간으로 남성우월주의를 경험한 우리들은 과연 어떤 처신을 해야 현명할지 대략 난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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